갔다 온 사람 '둘'의 기념일을 챙기는 방식

오늘은 화이트 데이?

by 글터지기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 3월 3일은 삼겹살데이...


달력을 넘기다 보면 챙겨야 할 날들이 참 많습니다. 어느새 하루하루가 기념일로 채워져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날들을 따로 챙겨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무슨 날이라고 정해 놓으면 마음에 담긴 진심보다 '이벤트' 자체가 먼저 떠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꽃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선물을 고르고, 또 누군가는 레스토랑을 예약합니다. 물론 그것이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저 제게는 그런 방식이 조금 낯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마음지기와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기념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우리는 1년에 딱 두 번만 특별한 날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서로의 생일, 그 두 날입니다. 그 외의 날들은 마음에 의미가 담기지 않는다면 굳이 형식적으로 챙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각자의 삶을 더 잘 살아가고, 때로는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생일에는 약속이 하나 있습니다.

“올해 꼭 받고 싶은 선물이 뭐야?”

서로가 묻습니다.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하며 고민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한 해 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을 그대로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바람을 생일날에 조용히 건네는 방식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약속이 조금 밋밋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방식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했습니다. 달력에 표시된 날짜가 우리의 행동을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에 서로를 챙기자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이트 데이라고 하는 오늘도 특별한 날은 아니었습니다.


늦은 퇴근 시간이었지만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거창한 식당도 아니었고 특별한 준비도 없었습니다. 하루 일을 마친 뒤 마주 앉아 밥을 먹고, 간단히 맥주 한 잔을 나눴을 뿐입니다.


일터에서 보낸 한 주의 피로를 서로에게 조금 내려놓는 시간.


생각해 보면 이런 순간이 우리가 약속했던 방식이었습니다. 달력에 표시된 기념일이 아니라, 하루를 함께 마무리하는 평범한 저녁 같은 시간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날을 화이트데이라고 부르는 오늘, 우리에게는 그냥 하루를 함께 마무리한 조용한 저녁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평범한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오래 기억하게 될 진짜 기념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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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며칠 전에 주문한 '회전 책장'이 도착해서 식사 후에 조립했습니다. 원래 마음지기가 선물해 준다고 했는데, 비용이 제법 나가는 것 같아서 제가 구매했지요.


그런데 가만 보니 오늘 저녁도 제가 계산했습니다.

차라리 사탕을 사는 게 더 경제적이었을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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