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송도'
어디론가 훌쩍 바람을 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 날이었습니다. 문득 한 후배의 얼굴이 떠올라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의 고향 근처에 권해 줄 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볼 요량이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후배는 제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기왕이면 자신이 있는 송도로 오라며 능청스럽게 꼬드겼습니다. 마음지기와도 서로 잘 아는 사이라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긴 했지만, 매번 식사며 숙소며 챙겨주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잠시 망설였습니다.
역시 군 시절부터 실행력 하나만큼은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웠던 친구답게, 전화를 끊은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카톡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숙소 예약 완료.
이렇게 해야 형님이 온다는 걸 안다는 듯한, 말보다 빠른 행동이었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더 생각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어차피 바람을 쐬러 갈 계획이었다면, 그 바람의 방향이 송도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소까지 마련해 두었으니, 이번만큼은 꼭 제대로 저녁을 대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늦은 저녁에 도착했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다던 마음지기는 썰물로 물러난 바다를 잠시 바라보더니,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라고 말하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술 한 잔을 시작하기 전, 저는 미리 못을 박았습니다.
"제수씨, 오늘은 제가 사는 겁니다."
후배가 계산을 슬쩍해버릴 걸 알기에, 선을 그어두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합의는 이루어졌습니다.
저녁 메뉴는 소갈비였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주와 맥주 가격이 1,500원. 메뉴판에는 '주류에는 마진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대기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은 고기 값을 낮추고 주류에서 이익을 남기기 마련인데, 이곳은 반대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고기는 제값을 받고, 술에서는 남기지 않는 방식. 장사의 방식에도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선택이 오히려 오래 살아남는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무르익고, 자리를 옮겨 맥주 한 잔을 더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계산을 하려는 순간,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후배가 또다시 먼저 계산을 해버린 것입니다.
"내가 계산한다니까 왜 또 했어?"
조금은 어이없다는 듯 묻자, 후배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형님, 지금은 제가 조금 더 여유 있잖아요. 다음에 충주 가면 그때 맛있는 거 사주세요. 오늘은 맥주만 사시면 되죠."
결국 저는 그 말에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맥줏값만 겨우 계산했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송도 앞바다에서 커피 한 잔을 나누고, 맛집이라는 수제비를 함께 먹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숙소에 앉아 조용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마음지기가 종종 제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사람 복이 참 많아."
그럴 때마다 저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당신을 만난 것만 봐도 그런 것 같아."
오늘, 그 말에 한 줄을 더 보태고 싶어졌습니다.
해준 것 없으면서도 매번 배려를 받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순간.
마음이 먼저 자리 잡은 자리.
이 순간이 쌓여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나봅니다.
오늘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쉬려고 합니다.
이제 커피 한잔해야겠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