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할부', 소도 잡아 먹습니다

출퇴근용 '자전거' 구매

by 글터지기

새벽 공기가 조금은 포근해졌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던 차가운 기운이 한 겹 벗겨지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어딘가 가벼워진 기분입니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결국, 오늘부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이란 사태로 기름값이 오른다는 뉴스도 한몫했고, 무엇보다 5월과 6월에 ‘서울 친구’와 함께 배드민턴 대회에 나가기로 한 약속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어제는 송도에서 후배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숍에 들렀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 눈여겨보았던 자전거를 다시 한번 천천히 살펴보았습니다. 자전거 라이딩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지인에게도 어떤 모델이 괜찮은지 조언을 구해두었던 터라, 고가의 장비는 아니지만 출퇴근용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전거를 이미 마음속에 정해둔 상태였습니다.


마음지기와도 짧은 상의를 마쳤습니다. 그러고는 '무이자 할부'라는 정겨운(?) 제도를 빌려 결국 하나 들이게 되었습니다. 안전모는 필수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함께 챙겼고, 가격을 조금 흥정하는 김에 사소하게 필요한 장비들도 몇 가지 덤으로 얻어왔습니다.


정비를 마친 자전거를 받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묵직했습니다. 단단히 조여진 체인, 정확하게 잡히는 브레이크, 그리고 적당히 채워진 공기압까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상태였습니다. 이제 제법 든든한 출퇴근용 장비가 하나 생겼습니다.


아직 출근 전입니다. 자전거는 현관 앞에 세워 두었고, 헬멧은 손이 닿는 자리에 걸어 두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오늘 하루의 시작이 조금은 다르게, 조금은 더 일찍 출근길에 올라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아직 페달을 밟기도 전인데, 걱정과 기대감이 교차합니다.

괜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걸 구매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그래도 운동도 하고 세상을 천천히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기대감도 마음 한구석에 담겨 있습니다.


늘 같은 시간에 나서던 출근길이지만, 오늘은 조금 더 일찍, 다른 리듬으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삶도 비슷한 면이 있을 겁니다.

무언가를 바꾸는 건, 이렇게 조용히 준비해 두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출발하지 않았지만 이미 방향은 정해진 상태.

그게 오늘의 마음입니다.


곧 문을 나서면 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밟게 되겠지요.

그 첫걸음이 얼마나 빠르든, 얼마나 멀리 가든 상관없이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는 것.


오늘은 그 시작을 준비하는 새벽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을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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