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과 함께하는 『총·균·쇠』완독 챌린지
올해 들어 유독 '벽돌책'이나 '대하소설' 완독 챌린지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총·균·쇠』, 『토지』 같은 책들을 1월부터 다시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읽었던 책들이지만, 어느새 책장 한쪽에 오래 꽂혀 먼지만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먼지를 털어내듯, 묵혀 두었던 마음도 함께 다시 펼쳐 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완독까지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지금도 천천히 읽어 가는 중입니다.
어제 퇴근해 집에 들어왔을 때였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편지 봉투 하나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또 고지서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 모두 손 글씨였습니다. 그 순간 봉투는 고지서가 아니라 마음이 되어 보였습니다.
봉투 안에는 『총·균·쇠』 완독 챌린지를 주관하셨던 '곰돌'님이 보내주신 작은 기념품이 들어 있었습니다. 마음지기와 함께 마시라며 보내주신 레몬차 티백, 예쁘게 담긴 인덱스, 그리고 ‘곰돌과 함께하는 벽돌책 읽기 모임’ 키링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챙긴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https://blog.naver.com/jeeyeonchae
무엇보다 "글형~~"으로 시작해 "어느 멋진 봄날, 곰돌"로 끝나는 짧은 메모에는 물건보다 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곰돌님은 '미라클 주니' 모임에서 만나 매주 온라인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몇 차례 오프라인에서도 인사를 나눈 분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참 다정하게 살피는 분이라는 인상을 늘 받아 왔습니다. 그 마음은 글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곰돌님이 쓰는 독서 관련 글은 단순한 요약에 머물지 않습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자신의 일상과 연결하고, 어려운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차분히 풀어냅니다. 그런 글을 쓰려면 책을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여러 번 곱씹고, 자신의 삶에 비추어 보고, 오래 붙들어 생각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곰돌님의 글을 떠올릴 때마다 이런 표현을 하고 싶어집니다.
참 부러운 능력입니다. 저는 읽어서 알고 있다는 티를 내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때로는 나를 드러내는 쪽으로 글을 쓰곤 합니다. 그래서 곰돌님의 글을 읽을 때면 배우게 됩니다. 많이 읽는 것과 잘 소화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 아는 것을 늘어놓는 것과 삶으로 건네는 것은 또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실 정상적이었다면 『총·균·쇠』도 벌써 완독했어야 했을 시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게으름이라는 오래된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은 자꾸 핑계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읽다 멈추고, 다시 펼쳤다가 또 미루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 봉투를 받아 들고나니, 이상하게 책을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다짐보다 먼저 다른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정성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다 읽은 사람에게만 주는 축하가 아니라, 아직 다 읽지 못한 사람마저 다시 책 앞으로 불러 앉히는 힘. 그게 어쩌면 이런 마음의 선물이 가진 진짜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벽돌책을 함께 읽어가는 일은 결국 두꺼운 책장을 넘기는 일이 아니라, 쉽게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조금씩 붙들어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난 그녀의 다정한 응원은 그런 마음을 일게 만들었습니다.
어제 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편지 봉투는 '작은 기념품 몇 가지'가 아니라, 끝까지 읽어 보라는 조용한 격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책을 펼쳐 보려고 합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완독이라는 결과보다 더 귀한 것은, 이렇게 서로의 읽는 시간을 응원해 주는 마음이었습니다.
'곰돌'님께 감사 인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