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5천 원의 행복
월 3만 5천 원으로 제 책방이 생겼습니다.
이름하여, 「아주 사적인 글터 책방」입니다.
며칠 전 '사유의 정원' 모임에서 알게 된 공유 책방, 「백인책방」에 제 자리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공간이라, 간단하게 들려서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독서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퇴근 후 잠시 들르는 커피숍이 아니라, 제가 한 칸의 주인 자격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놓을 수 있고, 집에 있는 책을 가져와 다시 누군가에게 건넬 수도 있고, 어떤 날은 권하고 싶은 책을 꺼내 소개하고 때로는 판매를 할 수 있는 책방입니다.
제게 주어진 서가는 아홉 칸.
그 아홉 칸은 단순한 책장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담아내는 작은 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맨 위 세 칸에는 최근 읽은 책들 중에서 유난히 마음에 남았던 책들을 골라 놓아보려 합니다. 누군가의 손에 다시 들려도 좋을 책들입니다. 이건 한두 권씩 판매해도 좋지 않을까.
나머지 칸에는 집 서재에 있던 책들 중 조용히 권해보고 싶은 책들을 가져다 놓고 누구나 꺼내 읽을 수 있도록 비치해 둘 생각입니다.
이 아홉 칸이 단순히 책을 꽂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제가 지나온 시간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차차 이 공간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만들어 가보려 합니다.
책방 안의 회의실이 저 같은 서가를 입점한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열려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작은 모임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찾아오면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그런 자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방은 이미 제게 충분히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제가 일하는 대리점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입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러 책을 펼치고, 글을 쓰고, 조용히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곳.
그렇게 생각하니 이곳은 단순한 '책을 거래하는 공간'이 아니라 나만의 '사색 공간'입니다. 말 그대로 이제 나만의 공간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덕분에 집에서 흰머리 소년께서 거실 안마의자에 앉아 '뽕짝 테러'를 날리시더라도 제가 조용히 피난 올 자리가 생겼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3만 5천 원의 행복'입니다.
책방 대표님께서는 저를 '점주'라고 부르시지만 저는 '책방 시민'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호칭이야 어떻게 되었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 가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니까요.
언젠가 배송 일을 내려놓게 되면 나만의 작은 공간을 따로 마련해 볼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이렇게 한 칸의 공간이 제게 주어졌습니다.
월 3만 5천 원으로 얻은 이 작은 책방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제가 꿈꿔 온, ‘눈 감는 순간까지 읽고, 쓰는 사람’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있다는 것.
지금도 저는 이 책방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종이책 원고를 펼쳐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