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부
다들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죠?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거창하게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식의 자의식까지 있을 리 만무하지요. 그저 지극히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유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셈입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경주 근처에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이들과 주변의 관광지를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주 불국사, 안압지, 첨성대 등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냥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유적지의 역사를 제가 알려주는 것은 단순한 지식 전달로 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제안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나들이를 갈 건데, 한 주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가자. 1주 차에는 아들, 2주 차에는 딸, 3주 차에는 아빠 하는 식으로 돌아가면서. 대신 자기가 가려고 하는 곳에 대해 미리 인터넷에서 자료도 찾아보고 책도 찾아봐서, 가족들에게 그곳을 10분간 설명을 해주는 방식으로 하자.'
아이들도 흔쾌하게 그러자 해서 매주 돌아가면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자기가 공부해 온 것을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었지요. 그렇게 역사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려고 했습니다. 이 방법 꽤나 괜찮은 방법이더라고요. 아이들도 제법 자신의 공부를 하기도 하고 아빠에게 물어물어 자료를 찾기도 하고.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는 시점에서, 가끔 수학이나 영어 등 배우는 과목에서 궁금한 게 생기면 제게 묻기도 했습니다. 수학이나 영어는 저도 모르는 것이 나올 때에는 '그건 선생님께 여쭤봐야겠다. 아빠도 잘 모르겠어'라고 답했습니다. 이건 부끄럽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역사를 물어오면 '그건 역사 선생님께 여쭤봐'라고 답하면 아빠로서 정말 부끄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군인이었던 저는 제법 전쟁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역사는 곧 전쟁사이기도 하니까 역사도 제법 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대로 역사를 공부해 봐야겠다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할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EBS 교육방송의 '최태성, 큰 별샘의 한국사'였습니다. 60강이나 되는 장편 한국사 강의였던 것 같은데 모두 다 듣고, 책도 사고, 노트도 한 권을 채울 정도로 열심히 했지요.
그리고 한국사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1차 시험 낙방. 공부하는 것과 시험은 역시 다르구나 싶어 기출문제, 수험서 등을 추가로 공부해서 겨우 2차 시험에 '고급'으로 합격했지요. 이게 거의 10년 전의 일입니다.
그 후로는 아이들이 역사를 물어올 때마다 자신감 있게 설명해 줄 수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고 3 때쯤 역사를 더 공부해야 한다고 할 때 한동안 제가 강의를 해 준 경험도 있습니다. 그때 아이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아빠가 선생님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왜 안 했어?'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했으니까. 하하하'
역사의 도시 경주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어제 일을 마치고 이곳에 도착하니 저녁이고, 포항에 살고 있는 함께 근무했던 전역한 후배 장교가 부리나케 찾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지요. 덕분에 야경이 아름다운 안압지와 첨성대는 가 보지 못했습니다. ㅎ
그래서 오늘 아침과 오후에는 가볼 수 있는 곳을 들러보려 합니다. 글 짓는 새벽의 글은 '글 짓는 아침'으로 오늘 하루만 변경하겠습니다. 하하하
모두, 즐겁고 행복한 일요일 되시길.
경주에서.
덧붙임) 이걸 쓰고 났더니, 역사에 관련한 일상을 소개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글감이 되겠구나 싶어 졌습니다. 가끔 하나씩 써 보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