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쓰기를 잘했다.
지난 주말,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일을 마치고 저녁에 도착해
하룻밤 묵고 다음날 복귀한 짧은 여정이었지요.
시간이 넉넉지 않아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낯선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고요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여행지에 가면, 늘 그렇듯
기념품 매장에 잠시 들릅니다.
'기억을 남긴다'는 건,
어쩌면 '붙잡고 싶은 마음'을
작은 물건 하나에 담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아는 게 도둑질이라고,
저는 유독 책갈피에 눈이 갑니다.
얇고 가볍고 실용적이기도 하니,
여행지 이름이 적힌 책갈피 하나쯤 사서
읽던 책에 끼워두곤 하지요.
그런데 그 책갈피는 늘 잊히기 마련입니다.
어디 뒀더라, 어떤 책에 끼워뒀더라.
결국 다른 여행지에서 또 하나 사고,
또 잃어버리고.
게다가 요즘은 일반 문구점이나 서점에서도
여행지 분위기를 낸다는 책갈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니,
이제는 그다지 특별하단 느낌도 줄어든 듯합니다.
불국사 기념품 매장을 둘러보다가,
문득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입체 마그네틱'.
불국사의 전각이 입체로 표현된,
작고 단단한 자석 하나였습니다.
크지도, 값비싸지도 않은 물건이었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 시선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예전엔 그냥 스쳐 지나쳤던 것 같은데
이번엔 왠지 모르게 마음에 쏙 들더군요.
결국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꽤 오랫동안
여행을 멀리하고 살았습니다.
개인적인 슬픔도 있었고,
어디론가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시간들이
꽤 길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에 다녀온 잠시의 여행은
단순한 주말여행 이상의 의미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기억하게 해 줄
작은 물건 하나 덕분에 마음이 좋습니다.
오늘 글 짓는 새벽에 서재에 앉아
촬영해 둔 기념품 이미지를 보다가
글을 쓰는 의미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늘을 기억하고
지금의 마음을 떠오르게 하는 문장으로
그날그날을 기록하는 인생의 기념품이라는..
심지어는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릴 염려 없는,
무겁지도, 비용도 들지 않는 인생의 기념품.
책갈피에 꽂아 둔 책갈피처럼,
출입문 한 편에 붙여둔 마그네틱처럼
그렇게 오늘을 쓰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이
제게는 더 소중한 기념품이라는 생각을 한 아침.
결국, 같은 마음이지요.
'글 쓰기를 정말 잘했다'
모두, 오늘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