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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내면의 방패, 마음챙김

보안 전문가여, 당신의 내면은 안녕하십니까?

by 김정덕

사이버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는 오늘날, 보안 전문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막중한 책임감과 심리적 압박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런 환경에서 역설적으로 필요한 것은 외부의 기술적 방패가 아닌, 내면을 다스리는 힘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마음챙김(Mindfulness)’은 보안 전문가가 겪는 직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업무 역량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이란 무엇인가?


마음챙김은 고대 불교 명상에 뿌리를 둔 수행법으로, 이는 "매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을 의미합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현재 순간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되, 판단하지 않고 경험하는 심리적 과정"으로 정의됩니다. 즉,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 감정, 감각 등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마음챙김은 단순히 긴장을 푸는 휴식과는 구별됩니다. 이는 '자동조종 모드(automatic pilot mode)'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현재를 자각하는 훈련입니다.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는 마음챙김을 "특정한 방식으로 1) 의도를 가지고 2) 지금 이 순간에 3)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생겨나는 자각"이라고 설명하며, 인내, 초심, 신뢰, 수용, 내려놓음과 같은 특정 태도를 가지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마음챙김, 왜 지금 주목받는가?


마음챙김이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 증가와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의 대안으로서 정신적 웰빙을 증진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마음챙김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둘째, 뇌 영상 연구 등 다수의 과학적 연구에서 마음챙김 수련이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리치료 기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창의력 증진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셋째, 특별한 장비나 환경 없이도 호흡 관찰, 걷기 명상, 일상 활동 중 알아차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접근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점도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안 전문가에게 마음챙김이 주는 이점


마음챙김 수련은 고도의 집중력과 분석력, 그리고 급변하는 위협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요구되는 보안 전문가에게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1. 스트레스 관리 및 회복탄력성 강화: 보안 분야는 예측 불가능한 위협, 긴급 대응, 막중한 책임감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은 직종입니다. 마음챙김은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과도한 걱정이나 부정적 생각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번아웃을 예방하고 장기적인 직무 만족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2. 집중력 및 의사결정 능력 향상: 보안 위협 분석, 침해 사고 대응, 보안 정책 수립 등의 업무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마음챙김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인들로부터 주의력을 현재 과제에 집중시키는 훈련입니다. 이를 통해 보안 전문가는 복잡한 정보를 명확하게 처리하고,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음이 고요하고 명료해지면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3. 관성적 사고 탈피와 창의적 문제 해결: 사이버 위협은 끊임없이 진화하기에, 과거의 방식이나 틀에 박힌 사고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챙김은 반복되는 사고의 틀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하여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을 열도록 돕습니다. "관성적인 대응이야말로 진짜 위협"이라는 지적처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은 창의적인 해결책의 기반이 됩니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공격을 예측하고 선제적 방어 전략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4. 감정 조절 능력과 협업 역량 강화: 긴급한 위기 상황일수록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은 보안 전문가의 핵심 역량입니다. 마음챙김은 자신의 감정을 판단 없이 알아차리는 연습을 통해 감정 조절 능력을 길러줍니다. 또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높여 팀원 간의 소통과 협력을 원활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인간 중심 보안' 문화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적 소모를 줄이고 건설적인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5. '인간 방화벽' 강화 및 실수 감소: 보안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종종 '사람'으로 지목됩니다. 마음챙김은 자기 인식(self-awareness)을 높여 자신의 행동 패턴과 잠재적 실수를 인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하는 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자동조종 모드'에서 비롯되는 부주의한 실수를 줄이고, 보안 절차 준수율을 높이는 등 '인간 방화벽'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마음챙김 수련의 시작


마음챙김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만히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거나, 몸의 각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알아차리는 행동, 그리고 일상 활동에서 그 순간의 감각과 행동에 온전히 집중하는 행동 등을 통해 충분히 수련할 수 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차를 마시면서,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은 행동만 해도 마음챙김의 수련은 이미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존 카밧진은 "파도를 멈출 수는 없지만, 파도 타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안 전문가가 마주하는 스트레스와 도전 과제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마음챙김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러한 파도에 능숙하게 올라타는 내면의 힘을 키울 수는 있습니다. 마음챙김은 단순히 개인의 안녕을 넘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보안 전문가가 갖춰야 할 핵심적인 역량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성장을 넘어 조직의 디지털 레질리언스(Digital Resilience)를 강화하는 견고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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