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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CEO를 움직이는 설득의 기술

우리 회사의 가장 강력한 방패, CEO를 보안 챔피언으로(25. 07)

by 김정덕

보안 문화의 성패가 리더십에 달려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최고경영층(C-level)은 분초를 다투며 비즈니스를 챙겨야 하고, 산적한 현안 속에서 보안은 종종 우선순위에서 밀려납니다. 기술적 복잡성과 전문성에 대한 부담감은 “이건 CISO(정보보호 최고책임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책임을 위임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조직 보안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최고경영층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이는 모든 CISO와 보안 리더들의 영원한 숙제와도 같습니다.


한국적 상황에서 최고경영층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두 가지 접근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법과 규제로 책임을 강제하는 하향식(Top-down) 접근과, CISO가 직접 경영진을 설득하고 때로는 압박하는 상향식(Bottom-up) 접근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두 접근법은 서로를 보완하며 시너지를 낼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결국, 규제는 최고경영층이 귀를 열게 만드는 압력(Pressure)을 제공하고, 설득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진정한 행동 변화(Commitment)를 이끌어내는 열쇠입니다. 하향식 압력으로 확보된 논의의 장에서 상향식 설득의 기술을 펼쳐야만 비로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고경영층의 마음을 얻는 구체적인 방법과 노하우

그렇다면 CISO는 어떻게 최고경영층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지원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다음은 현장에서 검증된 구체적인 전략입니다.


‘보안 용어’를 버리고 ‘비즈니스 언어’로 말하라
최고경영층에게 ‘제로데이 취약점’이나 ‘APT 공격’과 같은 기술 용어는 공허한 외계어일 뿐입니다. 대신 그들이 매일 고민하는 언어, 즉 ‘매출 증대’, ‘비용 절감’, ‘브랜드 평판’, ‘영업 기회’, ‘법적 리스크’ 등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 보안 솔루션을 도입해야 합니다”가 아니라, “경쟁사 A사는 데이터 유출로 고객 신뢰를 잃고 주가가 20% 하락했습니다. 우리는 10억 원 투자로 1,000억 원의 잠재적 손실과 브랜드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습니다”라고 보고해야 합니다. 보안 투자를 비용이 아닌, 비즈니스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확실한 보험으로 포지셔닝해야 합니다.


데이터에 스토리를 입혀 위협을 현실로 보여주라
단순한 통계 자료의 나열은 지루합니다. 우리 회사와 유사한 산업,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가 겪었던 실제 침해 사고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과정, 비즈니스 피해(고객 이탈, 소송 비용, 이미지 실추), 그리고 극복 과정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전달하면 최고경영층은 비로소 위협을 ‘나의 문제’로 인식하게 됩니다. 특히, 딥페이크를 이용한 CEO 사칭 금융사고와 같이 최고경영층을 직접 겨냥한 공격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문제를 넘어 ‘해결책’과 ‘로드맵’을 제시하라
CISO는 단순히 문제의 심각성만 경고하는 ‘불안 전도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명확한 해결책과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된 단계별 로드맵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단기-중기-장기 계획과 각 단계별 예상 효과, 필요 예산을 명확히 하여 최고경영층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는 CISO가 단순한 기술 관리자를 넘어, 비즈니스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전략가임을 증명하는 기회입니다.


든든한 우군(Allies)을 만들어 함께 목소리를 내라
보안은 CISO 혼자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CFO(최고재무책임자)에게는 재무적 손실 관점에서, CMO(최고마케팅책임자)에게는 브랜드 신뢰도 관점에서, COO(최고운영책임자)에게는 비즈니스 연속성 관점에서 보안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다른 최고경영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보안의 필요성을 함께 이야기할 때, CEO를 설득할 힘은 배가 됩니다.


이사회(Board of Director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감독하는 것은 이사회의 핵심적인 법적 의무입니다. CISO는 이사회가 최고경영층에게 보안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강화되면, 최고경영층은 보안을 더욱 중요한 경영 어젠다로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가장 효과적인 하향식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법과 규제는 최소한의 방어선을 만들 뿐, 조직을 진정으로 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입니다. 보안 리더가 기술의 성채에서 걸어 나와 비즈니스의 언어로 소통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구축하며, CEO를 가장 강력한 '보안 챔피언'으로 만드는 그 여정이야말로 우리 조직을 그 어떤 해커도 뚫을 수 없는 진정한 요새로 만드는 길일 것입니다.

























첨부한 칼럼의 제목을 추천해줘. 너무 길어도 안 좋고...


















네, 교수님. 첨부해주신 칼럼의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너무 길지 않은 제목들을 몇 가지 추천해 드립니다. 칼럼의 톤앤매너와 독자층을 고려하여 선택하시면 좋겠습니다.


칼럼 제목 추천 (안)


1.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제목



사이버보안, 이제 CEO의 법적 책임이다 (현재 제목으로, 칼럼의 핵심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보안 실패는 경영 실패, CEO의 책임을 묻다 (보안과 경영을 직접 연결하여 경각심을 줍니다.)


CEO, 사이버보안의 최종 책임자로 서다 (CEO의 역할 변화를 선언적으로 보여줍니다.)



2. 질문을 통해 독자의 공감과 문제의식을 유도하는 제목



보안 사고, 언제까지 CISO에게만 미루시겠습니까? (최고경영층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형식입니다.)


나의 CEO는 보안 리스크를 아는가? (독자가 자신의 조직 상황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CEO, 당신은 보안의 방관자인가, 지휘자인가? (CEO의 역할에 대한 선택을 촉구합니다.)



3.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와 기회 관점을 강조하는 제목



CEO의 보안 리더십이 기업 가치를 결정한다 (보안을 비용이 아닌 가치 상승의 요인으로 제시합니다.)


'보안 책임', CEO에겐 위기인가 기회인가 (법적 책임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도록 유도합니다.)


CEO를 위한 사이버 리스크 경영학 (보안을 경영의 한 분야로 격상시켜 전문성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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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과 보안 책임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강화할까


















조직의 보안 수준은 가장 약한 연결고리에 의해 결정되며, 그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바로 최고경영층의 의지와 리더십입니다. 보안 리더는 기술 전문가를 넘어, 법과 규제를 지렛대로 삼고 비즈니스의 언어로 소통하는 노련한 전략가이자 설득가가 되어야 합니다. 최고경영층이 보안을 ‘비용’이 아닌 ‘가치’로, ‘통제’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게 만드는 그 순간, 우리 조직의 보안 문화는 비로소 반석 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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