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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AI 시대 , 보안의 '영혼'을 묻다

"영혼 없이 창작할 수 있을까?"

by 김정덕

한국만화가협회 신일숙 회장이 던진 이 묵직한 질문은 비단 예술계뿐만 아니라, 고도의 지능화된 위협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우리 보안 분야에 더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합니다. 과연 정교한 알고리즘과 자동화된 방어 체계만으로 예측 불가능한 공격자의 심연을 꿰뚫고, 우리 시스템의 가장 연약한 고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창의성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창의성이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기술(What)’이 아니라, 그것을 시작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이유(Why)’에 핵심이 있습니다. 즉, 세상의 불완전함을 해결하고, 더 나은 상태를 만들며,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내면의 강력한 동기가 바로 창의성의 출발점입니다.


이러한 동기는 데이터의 논리적 조합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모방하고 뛰어넘는 시대에 이르렀지만,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창의적 영역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1인칭의 주관적 체험(Qualia): AI는 ‘슬픔’에 대한 수억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슬픈 시를 쓸 수 있지만, 그것이 심장이 저미는 듯한 슬픔을 직접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첫사랑의 설렘, 패배의 쓴맛, 성공의 환희와 같은 1인칭 시점의 생생한 주관적 체험이야말로 예술적 창의성의 가장 깊은 원천이며, 이는 AI가 접근할 수 없는 인간만의 성역으로 남아있습니다.


가치 기반의 최종 판단: 창의적 과정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판단’이 개입합니다. “이것이 아름다운가?”, “이것이 옳은가?”, “이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기술적 우월성이 아닌, 인간의 가치관, 윤리, 시대정신에 기반합니다. AI는 효율성이나 확률에 근거한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리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역할입니다. 이는 심각한 보안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발휘해야 할 창의적 리더십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능력: AI는 주어진 질문에 놀라운 답을 찾아내지만,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 창의성의 핵심입니다. “만약 ~라면 어떨까(What if)?”라는 상상력, 기존의 패러다임을 의심하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야말로 모든 창의적 활동의 진정한 시작점입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보안은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간다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합니다. AI는 인간 전문가가 반복적이고 방대한 분석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창의성과 직관, 지혜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스템의 최종적인 안위를 책임지고, 위기 속에서 조직의 중심을 잡는 윤리적 결단을 내리는 보안의 ‘영혼’은 언제나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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