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간 지성의 증폭기
보안 분야에서 ‘창의성’은 종종 예측 불가능한 공격에 대응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직관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창의성은 단일한 개념이 아닙니다. 신경심리학자 아르네 디트리히(Arne Dietrich)의 분류처럼, 창의성은 정보 처리 방식과 지식 기반에 따라 최소 네 가지의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형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AI를 어떻게 활용하여 보안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의도적-인지적 창의성: 깊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새롭게 조합하여 논리적 해법을 찾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보안 아키텍처를 설계하거나, 복잡한 시스템의 취약점을 분석하는 과정이 이에 해당합니다.
자발적-인지적 창의성: 문제에서 잠시 벗어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해결책이 떠오르는 ‘유레카’의 순간입니다.
해결되지 않던 침해 사고의 원인이 동료와의 대화 중 불현듯 떠오르는 경우입니다.
의도적-정서적 창의성: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여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입니다.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보안 문화를 만드는 데 필요합니다.
자발적-정서적 창의성: 강력한 정서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깨달음’의 창의성으로,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발휘하는 윤리적 결단과 통찰력입니다.
AI는 이 모든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형에서 인간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증폭시키는 ‘지능형 조력자(Intelligent Assistant)’ 역할을 수행합니다.
사례 1: ‘의도적-인지적 창의성’과 AI의 결합 – 차세대 위협 예측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논리적 조합에 기반한 이 영역은 AI가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AI의 역할: AI는 전 세계의 실시간 위협 정보, 다크웹 동향, 내부 시스템 로그 등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식별하기 어려운 공격 패턴과 잠재적 위협 요소를 식별하고, 가능한 공격 시나리오를 모델링하여 제시합니다.
인간의 역할: 보안 전문가는 AI가 정제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판단을 내립니다. AI가 예측한 시나리오에 조직의 비즈니스 특수성을 결합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어 아키텍처를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합니다. 인간은 데이터 처리의 부담에서 벗어나 ‘설계’와 ‘전략’이라는 본연의 창의적 활동에 집중합니다.
사례 2: ‘자발적-인지적 창의성’을 깨우는 AI – 숨겨진 내부 위협 탐지
AI는 예상치 못한 데이터 간의 연결고리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유레카’ 순간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AI의 역할: AI는 수개월간 축적된 로그 데이터에서 ‘간헐적인 야간 로그인’, ‘비업무 데이터 접근’, ‘암호화 파일 외부 전송 시도’처럼 개별적으로는 무시했던 사건들 사이의 숨겨진 연관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합니다.
인간의 역할: 분석가는 AI가 제시한 연관성 맵을 보고 이것이 장기간 진행된 내부 위협의 초기 단계일 수 있다는 ‘유레카’와 같은 통찰을 얻게 됩니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대형 사고를 예방합니다. AI가 ‘점’들을 찾아내면, 인간은 그 점들을 연결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반면, 공감과 윤리 의식이 중요한 정서적 창의성 영역에서 AI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뭅니다. 데이터 유출 사고 후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창의적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은 기술이 아닌, 인간 리더의 정서적이고 윤리적인 결단의 영역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 보안의 핵심은 인간과 AI의 하이브리드 전문성(Hybrid Expertise)에 있습니다. AI에게 데이터 분석이라는 인지적 중노동을 맡김으로써, 인간 전문가는 예측 불가능성에 맞서는 고차원적인 전략 수립, 직관적 통찰, 그리고 위기 속에서 조직의 중심을 잡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을 증폭시켜 더 높은 차원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