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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BISO를 아시나요?

BISO 제도 도입의 필요성

by 김정덕

1. 보안은 비즈니스 이슈


최근 기업 환경을 보면, 디지털 혁신이 정말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다양한 신기술이 기업 운영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고, 그에 따라 사이버 보안 위협도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국내 기업에서는 보안을 비즈니스와 별개의 ‘지원 부서’로 여기거나, 단순히 비용 부담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이는 곧바로 비즈니스 리스크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랜섬웨어나 개인정보 유출 같은 사고는 IT 부서나 일부 담당자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회사의 평판이 하락하고, 고객 신뢰가 무너질 수 있으며, 매출 감소, 주가 하락, 법적·재무적 책임 등 다양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고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의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기업들도 사이버 사고로 인해 단기간에 수백억~수천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고, 수년간 이어지는 소송이나 벌금을 겪은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최근 보안 관련 규제와 시장의 변화도 비즈니스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전자금융, ESG 평가 등 각종 법적 규제와 인증 요구(ISMS-P, GDPR 등)는 이제 기업 경영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급망 보안, 파트너 및 외부 계약 조건, 심지어 입찰 자격에도 ‘보안 역량’이 필수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결국 보안은 고객 신뢰와 매출로 직접 연결되며, 이는 곧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개인정보 유출 후 고객 이탈률은 20%를 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평균 3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보안을 비즈니스 이슈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때입니다.


2. 비즈니스와 보안, 정말 제대로 연계되고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P 등) 인증 기준과 실제 현장 운영을 비교해 보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인증 기준상으로는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 정보보호 관리자, 위원회, 실무 협의체 등 다양한 역할이 정해져 있긴 한데, 현실에서는 이게 ‘인증 맞추기용’ 명목상 조직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보안 전략이나 예산, 정책 결정에서 CISO의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대기업조차도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보안 현안을 단독으로 보고하거나 건의할 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고, 중견·중소기업은 IT 부서 실무자가 CISO까지 겸임하거나, 그룹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만 CISO’가 존재하는 일이 흔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경영진과의 소통이 어려워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된 보안 이슈가 충분히 논의되기 어렵습니다.


설령 실질적 권한과 역량을 갖춘 CISO가 있다 하더라도, 대규모 조직에서는 혼자서 모든 사업부의 위험과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비즈니스와 보안을 실제로 연결해주는 역할이 부재하다 보니, 정보보안의 ‘블라인드 스팟’이 생기기 쉽습니다. 중앙 보안팀과 현업 부서 간에도 업무와 언어, 목표가 달라 소통과 협력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보안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비즈니스의 속도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보안 담당자분들도 실질적인 권한이나 지원 없이 단순히 ‘이름만 담당자’로 지정되어, 정책 이행이나 점검, 교육 등 추가 업무만 떠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부서별로 내재화된 리스크 인식이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맞춘 보안 전략 수립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정보보호 위원회나 실무협의체 역시 IT나 컴플라이언스 부서장 중심으로 구성되는 곳이 많아, 실제 비즈니스 현업 부서와의 갈등 조정이나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보안은 IT 부서의 일’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보안 이슈가 인프라, 네트워크, 시스템 업데이트, 접근통제 등 기술 중심으로만 다뤄지고, 실제 사업 전략이나 고객 서비스, 경영 목표와의 연관성은 표면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AI/클라우드 활용, 신사업 추진 등 비즈니스 변화가 있을 때도 보안 부서는 사후적 관리에만 머물고 사전적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보안이 비즈니스를 진정으로 지원하고 함께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에는 해외 주요 기업에서 BISO(Business Information Security Officer)라는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이런 새로운 역할이 국내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3. BISO, 정말 필요한가요?


사실 조직 내에서는 ‘BISO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일부에서는 기존의 CISO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BISO는 비즈니스와 보안을 효과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실제로 많은 대기업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 규모가 크거나,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인 기업의 경우에는 BISO의 필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BISO는 보안을 단순히 사후에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계획 수립 단계부터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최근 사이버 위협이 점점 더 지능적으로 변화하는 현실에서, BISO의 존재는 보안과 비즈니스 전략이 함께 진화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BISO가 모든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규모가 작고 리스크가 낮은 기업에서는 기존 보안팀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의료 등 규제가 엄격한 업종에서는 BISO가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조직 전반에 보안을 통합하고, 신뢰도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BISO는 사업부의 요구와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보안 이슈를 ‘비즈니스 언어’로 풀어 설명하며, 중앙 보안 정책을 현장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또한 현업 부서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비즈니스 목표와 보안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따라서 BISO에게 필요한 역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술적 역량보다는 비즈니스 감각이 더욱 중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설득력, 전략적 사고, 감정지능 등이 핵심 역량입니다. 기술적 지식은 폭넓게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며, 비즈니스 요구와 기술적 해결책의 연결이 중요합니다. 관계 구축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쌓고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변화 관리 능력도 필수적입니다. 보안 정책 변경, 신기술 도입 시 현업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4. 글로벌 사례와 트랜드


미국, 영국, 유럽 등 선진 글로벌 기업에서는 BISO를 전담직으로 두고, 보안 사고 감소, 규제 준수 비용 절감, 현장 만족도 향상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실제 대기업 및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에서는 BISO라는 직책이 공식적으로 직무기술서, 조직도 등에 명시되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 보고서(BCAA, DatabaseNation 등)에 따르면, BISO에 대한 글로벌 수요와 채용은 2020~2031년 사이 연평균 33~35%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정보보안 직종의 성장률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치입니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과 규제 산업 확장에 따라, 사업부 주도의 보안 조직 강화가 트렌드가 되고 있으며, BISO 채용 증가율 역시 업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5,000명 이상)의 경우, BISO 도입률이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Oracle-KPMG 조사), 보통 사업본부 또는 지역별로 한 명 이상을 두고 있습니다. 금융, 제조, 헬스케어, 글로벌 컨설팅과 같이 복잡성이 높은 산업군에서는 BISO 도입 비율이 가장 높으며, 연간 30~40%씩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마무리하며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더 이상 보안과 비즈니스가 따로 갈 수 없습니다. BISO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연결자이자, 조직 내 보안 혁신의 핵심 동력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선진 사례를 참고하여, BISO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실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우물 안에만 머물 수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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