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은 과학일까

by 이장원
관상-2.PNG


1. 유명 연예인, 정치인의 좋지 않은 뉴스가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역시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한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관상을 믿는다. 정말 관상은 과학일까. 얼굴이 그 사람의 능력과 성격, 나아가 미래까지 암시할 수 있을까.


2. 일부 영장류 연구에서 얼굴 폭 대비 높이의 비율(fWHR)이 공격성, 서열 같은 성격 특성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나이, 성별, 종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어서 확정적 결론을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느끼는 직관이 그저 단순한 편견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 정도는 열어준다. 그러나 하나의 작은 정보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정적인 무언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도 한다.

3. 관상이라는 것은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인간의 불안감에서 기인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포식자와 적대 집단을 구별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생존 본능이 문화적으로 가공되고 정제되어 지금의 관상이 되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즉 관상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심리적 방어장치다. 역사적으로도 관상은 경계와 배척의 기술이었다. 결국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우리는 관상에 의존해 판단하고 예측하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미래에도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적은 늘 존재하고, 마음은 항상 불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 Vanessa A D Wilson & Michaela Masilkova(2023), 'Does the primate face cue personality?', Personal Neurosci


keyword
목, 일 연재
이전 09화출근할 땐 나도 깡패가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