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식자가 없는 섬의 동물은 겁이 없고 온순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섬 증후군’이라 한다.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는 이 공식을 따랐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섬의 솔리테어는 날개에 무기를 달고 영역 싸움을 벌이는 공격적인 종으로 진화했다. 둘 다 거대 비둘기류로 친척뻘인데 형질은 대비된다.*
2. 한 연구는 그 차이의 원인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섬 면적의 축소 속도'에 있다는 걸 알아냈다. 로드리게스 섬의 면적이 특정 임계치 아래로 떨어지자 공격적인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자원을 독점하며 번식에 성공했고, 그로 인해 종 전체가 공격적인 형질로 고정되는 급격한 진화적 전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서식지의 축소는 단순히 개체수 감소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들의 사회적 행동과 성격까지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3. 우리는 서울이라는 섬에 살고 있는 솔리테어가 아닐까. 공격적이고 위험한 주거전략은 경쟁이 극심한 환경에서 오히려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런 공격적인 사람만이 지금의 서울에서 살아남고 있다.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그 사회의 성격은 고유의 형질로 고정되어 앞으로도 불변할지 모른다는 점이 더 슬픈 일이다. 오늘도 서울섬의 해수면은 계속 차오르고 있다.
*현재는 둘 다 멸종했다.
*Rijsdijk, K.F., et al.(2024), 'Sea level rise and the evolution of aggression on islands', iScience,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