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의 함정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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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롤라 베어(Grolar bear) 또는 피즐리 베어(Pizzly bear)는 북극곰과 그리즐리곰의 이종교배로 태어난 잡종곰이다. 이 둘은 생태적 습성이나 서식지가 달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행동영역이 겹쳐지면서 조우하는 사례가 늘었고, 이종교배의 사례도 드물지만 보고되고 있다.


2. 그롤라 베어를 새로운 생태계 적응의 성공사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북극곰의 두꺼운 지방층과 흰색 털, 사냥 습성 등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반면, 그리즐리곰만큼 육지 먹이에 적응된 것도 아니라서 양쪽 서식환경 모두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유전적 절충형이 장기적 생존과 번식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3. 적응이 업그레이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기술 속에서 훌륭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장기적 생존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우리의 멸종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Polar Bears International.(2024), ‘Pizzlies, grolars – Why hybrid grizzly polar bears aren’t the answer’, https://polarbearsinternational.org/news-media/articles/pizzlies-grolars-polar-bear-grizzly-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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