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는 자신의 책 <Determined>에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초 전의 뇌 활동은 몇 분 전의 호르몬 상태에 의한 것이고, 그 호르몬 상태는 수 년간의 신경 가소성에 따른 것이며, 또 그것은 유년기의 환경과 유전자에 의해서, 유년기 환경과 유전자는 문화, 역사적 조건에 의해서 결정된 것으로, 모든 행동은 이전 상태들의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2. 어느 지점에도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공간은 없다. 노력도 의지도 환상인 것이다. 인간의 고결하고 숭고한 자유의지를 단순히 시간 속에 축적된 생물학적, 사회적 결과로 설명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3. 하지만 이런 견해가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닐까. 온전히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원래 아무것도 없다. 노력도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의지를 탓하며 자기혐오를 반복하는 삶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더 폭력적이고 불편한 것은 아닐까.
* Sapolsky, R. M. (2023), <Determined: A science of life without free will>, New York: Penguin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