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의지로 사는가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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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충들이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연가시'가 유명한데, '톡소포자충' 또는 '톡소플라즈마 곤디'라 불리는 고양이를 종숙주로 하는 기생충도 있다.


2. 쥐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고양이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진다. 고양이 앞에서 오히려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고양이의 냄새를 좋아하게 되어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한다. 숙주인 쥐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혀야 톡소포자충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쥐의 뇌를 조종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영장류나 인간 역시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고양이를 더 좋아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톡소포자충 감염이 조현병의 위험인자라거나 더 위험한 행동을 선호하게 만든다는 발표도 있다.**


3. 톡소포자충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과거에는 아예 몰랐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나 기이한 행동들이 알고 보면 인간을 숙주로 한 기생충의 짓이 아니었을까. 아직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충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나도 어떤 기생충의 숙주여서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기생충의 의지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Vyas, Ajai, et al.(2007), ‘Behavioral changes induced by Toxoplasma infection of rodents are highly specific to aversion of cat odor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4(15)


** Torrey, E.F., et al.(2012), ‘Toxoplasma gondii and other risk factors for schizophrenia: An update’, Schizophrenia Bulletin, 38(3)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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