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영화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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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3년 미시건 대학 연구진은 쥐의 심장 정지를 유도한 후 임종 순간의 뇌파를 측정했다. 심장이 멈추고 생명이 다해가는 그 짧은 10~30초 동안, 쥐의 뇌에서는 감마파 활동이 강하게 증가했다.* 감마파는 어딘가에 몰입하거나 여러 감각과 기억이 하나로 묶일 때 나타나는 뇌파다. 죽음의 순간에 뇌가 곧바로 꺼지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격렬한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2. 몇 년 전, 뇌파를 모니터링하던 한 고령의 환자가 심정지로 죽음을 겪는 과정에서 인간의 뇌가 보이는 마지막 신호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인간의 뇌 역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심장이 멈춘 뒤, 뇌 전체의 활동은 줄어들었지만, 감마파 활동은 상대적으로 오래 남아 있었다. 수 초의 짧은 순간이지만 뇌는 놀라울 만큼 조직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우리의 뇌가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죽음을 맞이할 때 지난 나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이야기가 단순한 환상이 아닐 수도 있다.


3. 이 연구들은 인생이 결국 죽음의 순간에 상영될 몇 초짜리 필름을 찍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다"라고 했다. 죽음은 어쩌면 우리가 정성껏 써 내려온 삶을 완성시켜주는 마지막 선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 내가 마주하는 사소한 기억들이, 훗날 뇌가 우리에게 보여줄 마지막 영화의 가장 소중한 한 장면이 될 지도 모르겠다.




* Borjigin, J., et al.(2013), 'Surge of neurophysiological coherence and connectivity in the dying brai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110


** Vicente, R., et al.(2022), 'Enhanced Interplay of Neuronal Coherence and Coupling in the Dying Human Brain',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vol.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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