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중독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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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격 행동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쥐가 레버를 누르면 다른 쥐를 공격할 기회가 생기도록 세팅했다. 그랬더니 일부 쥐들은 먹이보다도 공격 기회를 더 많이 얻기 위해 노력했다. 공격 경험과 특정 환경을 연결하면 공격 없이도 그 환경을 선호했다. 공격 기회를 제거했다가 다시 관련 단서를 제시하면 공격 추구 행동이 재발했다. 공격 행동이 충동조절의 실패가 아니라 약물처럼 반복해서 찾게 되는 ‘중독’과 유사한 행동일 수 있다는 의미다.*


2. 인간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연구가 있다. 공격 결정과 뇌 반응을 fMRI로 측정했는데 높은 보상에 대한 기대 조건에서 공격성이 증가했다. ** 공격 행동은 단순한 감정문제가 아니었다. 분노를 표출하고 느낀 쾌락적 경험은 보상에 대한 학습이 될 수 있고, 뇌는 공격적 행동을 반복해서 선택하게 될 수 있다.


3. 우리 사회에는 분노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도처에 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노출시키고, 뉴스는 자극적인 갈등을 계속 증폭시킨다. 이때 분노를 터뜨리는 버튼을 한 번 눌러버리면, 이후에는 내 의지만으로는 끊기 어려운 중독이 될 수 있다. 분노는 쉽게 시작되지만, 우리 스스로 끝내기란 ‘마약'처럼 어려울지 모른다.




* Golden, S. A., Jin, M., & Shaham, Y. (2019), ‘Animal models of (or for) aggression reward, addiction, and relapse: Behavior and circuits.’, Journal of Neuroscience, 39(21)


** Gong, X., et al.(2024), ‘Neural Basis of Reward Expectancy Inducing Proactive Aggression.’, Cognitive, Affective, & Behavioral Neuroscience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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