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인듯 진짜아닌 진짜같은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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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면 대부분 마음이 만들어낸 착각, 자기기만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그냥 기분탓’이라고 가볍게 여겨온 그것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현상이라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2. 한 연구팀은 쥐에게 특정 환경에서 통증이 덜했던 경험을 학습시킨 뒤, 여러 환경에서 동일한 통증을 주었다. 물리적으로는 아무 차이가 없었지만, 쥐는 덜 아플 것이라고 예상하는 환경에서 통증 반응을 덜 보였다. 뇌에서는 실제로 통증 억제 회로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쥐는 약의 개념도, 치료에 대한 믿음도 없다. 플라시보가 단순한 기분이나 느낌이 아니라, 실제 신체를 변화시키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라는 뜻이다.*


3. 우리 몸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몸은 현실 그 자체보다, 현실에 대한 해석과 기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물론 이 연구가 단순한 낙관주의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삶에 대한 기대와 믿음 없이 살아가는 것은 회복을 돕는 생물학적 회로를 모두 꺼놓는 것과 다름없을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약이 부족해서 아픈 게 아니라 현실에서의 의미를 찾지 못해 아픈 것일 수 있다.




* Chen, Chong, et al.(2024), ‘Neural Circuit Basis of Placebo Pain Relief.’, Nature, vol.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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