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시대다. 자세한 수치는 모르지만 유튜브 시청 시간이 지상파 시청 시간을 추월한지 한참 되지 않았을까. 나름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대의 조류에 발맞추기 위해 매일 유튜브를 들여다 본다...라기 보다는 나도 어영부영 하다보니 어느새 유튜브를 정기구독 하게 되고 말았다.
유튜브 정기구독의 가장 큰 장점은 핸드폰을 잠금화면으로 바꿔도 계속해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인데, 그 시작은 딩고의 킬링버스 노래를 일하면서도 이어 듣고 싶어서 였다. 문제는 그 노래가 바로 침착맨과 주호민이 부른 <그건 아마 우리 잘못은 아닐거야>라는 것인데... 좋은 킬링버스도 많던데 왜 굳이...라고 물으신다면 직접 한 번 보시는 편이... (일단 미안합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유튜브를 매일 열심히 보게 된 이유는 침착맨 때문이다. 이 채널의 방송은 굉장히 엉성한 편인데, 특별한 기획 없이 트위치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게임도 하고, 게스트 인터뷰도 하고, 혼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내용이 전부다. 매일 저녁에 유튜브에 편집본이 올라오는데, 마침 퇴근 시간이랑 대충 맞아서 집에 오는 내내 보게 된다. 무슨 내용이냐고 하면 사실 딱히 할 말이 없는 걸 봐선 아무튼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친구들은 <슈카월드>나 <신사임당> 같은 투자 지식을 주는 채널들이나, 알쓸신잡과 같은 채널들을 보면서 뭔가를 배우고 도움을 받는다는데, 나는 아침 시간에는 늘 비몽사몽이고 저녁에는 회사를 나오면서 뇌의 스위치를 끄기 때문에 소소하고 잔잔하면서 머리가 편안한 것들 (또는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수 있는 것들) 위주로 보게 된다.
침착맨 예찬을 이어가자면, 침착맨 유니버스는 가히 "넥스트 무한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도 무한도전을 열심히 보던 20-30대 남성들 위주인 데다가, 특별한 기획이 없으면서도 이것저것 쓸데없는 것들을 하는데 그 내용들이 무한도전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엄한 사람들을 불러놓고 쓸데없는 인터뷰를 한다든가, 다른 유튜브 스트리머들과 MT를 가는데 각각의 캐릭터성이 무한도전의 캐릭터들과 닮아 있다든가 하는 것들. 무한도전을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아마 편안하게 빠져들게 될 것이라 자신한다.
요즘에는 <승우아빠>의 채널을 조금 더 자주 보는 편이다. 침착맨이 처음 나와서 같이 요리를 하는 방송을 시작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이 멀쩡하게 생긴 요리사 아저씨가 점점 미친 짓을 하는 것이 굉장한 마성이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시리즈로는 "사드세요 제발" 시리즈와 "같이 한끼" 시리즈가 있는데, "사드세요 제발" 시리즈는 정말 말 그대로 미친 기획력이다.
설탕을 만들겠다고 사탕수수를 빻아서 즙을 내는가 하면, 라면을 만들어 먹겠다고 닭고기 손질부터 시작해서 육수를 내고 면을 만들기 위해서 밀가루 반죽을 해서 면을 뽑고 건조하고 ... 이 사람은 요리사가 아니라 방송 천재다. 구독자가 몇 개월 전 65만명에서 지금 100만을 돌파했으니까, 이렇게 정성을 다해서 해롭지는 않지만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이 바로 요즘 트렌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흠흠...
아무튼 나도 뭔가 쓸데없지만 소소한 이야기를 적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에 있다고는 생각을 하지만... 언젠가 좀 더 잘하는 걸 갖고 쓸데 없는 짓들을 더 해보고 싶긴 하네요.
유튜브 트렌드를 스터디하는 <유튜브 코드> 같은 스터디 클럽도 있으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많은 찾아보셔요! (뒷광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