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 흐린날씨 올해는 여름이 조금 일찍 올거 같아
3월의 몇가지
1.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다고 은연중에 피력한 우효. 드디어 따라 들었다. 처음엔 확 와닿진 않았는데 듣다보니 몇 곡 정도 마음에 와서 포문이 일었다. '민들레'는 축가로도 안성맞춤같다. 너무 쳐지나? ㅎㅎㅎ. 내가 목소리가 좋다면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그러나 질색) 불러주고싶은 친구의 결혼식을 상상하게 됐다.
우효가 이곡에 대해 말하는 영상을 봤다. '이번엔 조금 발랄한 걸 만들고싶었는데 왜인지 이걸 들으면서 울었다는 분이 많네요' 라고 했다. '만들면서 조금 힘들었던 곡인데 그래서 그런가봐요' 라고도. 그래서 그런가 처음에 들었을 때 <우리 손잡을까요> 현악기 왈츠소리 들으면서 눈물이 났다. (밤이라서일수도 있지) 왜일까 시간이 갈수록 사랑이란 단어도 문장도 설레기보다는 어딘가 조금씩 눈물나는 게 되었다.
우효의 음악 초반에 만들어진 듯한 Teddy Bear Rises는 가사가 참 좋다. 하고싶은 말은 해야돼 안그러면 정말 병이돼 묻어두고 숨기려해도 결국 드러나게 되있어. 어떤 말은 해야돼 안 그러면 정말 후회해. 솔직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요 근래 참 많이 했던(하는 생각).
특히나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단 부근이 좋았다.
2. 반지하 바에 갔다. 언제나 그랬듯 스패니시 음악에 애들이 몸을 흔들고 그 중앙에서 떼창을 하다가 몇몇이 땅고를 췄다. 한 때는 이국적으로 다가왔음에도 이젠 익숙한 것, 되려 약간의 신물이 이는 것, 그리고 이만 우리는 벗어난 것, 멈춰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이 나라에선 이렇고 저 나라엔 저렇고 백차가 있느니 홍차밖에 없느니 과일차는 차가 아니느니 하는 술취해 언성높여 웃음에 섞여 주고받는 이야기들도 예전만큼 설레지 않았다(사실 예전에도 시큰둥했던 것 같기도 해). 한 때는 작은 것들 하나하나 비교해보면서 신기해 깔깔 웃었는데. 우습지, 한 때 서로가 얼마나 다른가에 설렜던 우리가 이젠 얼마나 비슷한 고민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나.
3. 혼자가 되는 삶에서 찾는 자극들과 고독한 데서 오는 느낌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살게 되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는 분명 이런 자극들을 그리워하는 순간들이 오리라.
당분간은 특히 절약하는 생활을 해야지 같은 생각으로 마트에 갔다. 어제부터 파인애플이 먹고 싶었는데 아니 이런!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파인애플(이 세일 중이니까 괜찮아) 샀다. 네이버창에 파인애플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어떻게 아나요 를 검색했더니 열매 가까운 부분의 잎사귀를 하나씩 뜯어봐서 잘 뜯길수록 잘 익은 거에요 란 답변을 받았다. 내 파인애플은 다음날부터 맨날 맨날 먹고싶은 내가 머릿잎사귀를 하나씩 뜯어보다가 머리채 다 뽑혔다. ㅠ.ㅠ
형광주황 딱지가 붙은 짜이티 상자를 발견했다. 다락에 살던 동생이 주고간 가장 지름이 큰 프라이팬에 돌돌말린 짜이 이파리들과 생강 갈색 설탕도 알알히 넣고 우유와 팔팔 끓였다. 맛있겠지!!! (맛있다)
6. 오랜만에 페북에 일기를 옮겼다. 언젠가부터 이 글자들이 누군가에겐 스팸일까봐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얼마전에 새로운 기능을 발견했다. Friend:Except; ...
7. 서울서 만난 몇몇 친구들이 어떤 사람이 좋아? 라고 물어왔다. 나는 친절한 사람 상냥한 사람 그러니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대답했지. 그렇지만 내 친구들은 내가 갖고 싶은 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당최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면 이런거란 말이야. 아이가 앞에서 달려오던가 유모차가 보이면 자전거 속력을 줄이는 사람, 한밤에 노숙자분이 길을 물어보면 겁내지 않고 눈을 더 크게 뜨면서 목을 내빼고 알려주는 사람, 트램이나 지하철이나 기차 안 모르는 할머니할아버지의 방백에 웃으면서 말동무가 되주는 사람. 소소한 일상 위 아무런 이해가 겹치지않는 관계가 아닌 연들에 습관처럼 아주 아주 따뜻하고 상냥한 게 묻어나오는 사람.
그랬더니 한 친구가 전구가 반짝 유레카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도영아 측은지심이 있는 남자?
사전상 맞는 거 같긴 한데 음 뭔가 어감이 애매하도다. 기분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