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듯 살겠다던

by gomer

언제? 내가 말한 것이 기억이 난다. 11년도는 연애하듯이 살겠어! 패기 넘치고 글자도 몇 자 끄적여본 것이 기억이 난다. 살지만 말고 연애나 해라 내지는 연애를 해봐야 연애하듯이 를 알지, 친구들이 비웃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봄꽃들이 만개하고 여름방학이 찾아올 무렵, 역시나 사람들이 나의 섣부른 다짐을 몇 번이고 되새김질해주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니가 말한 게 부끄럽지도 않어? 히히덕거리던 입모양들이 선명하게. 같은 사람들 앞에서 괜한 다짐을 했었네, 어리석기도 해라, 하고 또다시금 어리석은 후회를 했던 연말이 기억이 난다. 그 사이 일 년이 또 흐른 것이다.


학교를 떠났다. 지금처럼 추웠지만 일 년의 끝이 아닌 시작, 그래서 3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고 돌아갔던 저녁 지하철도 기억이 난다. 하교, 혹은 퇴근하는 사람들을 거슬러 징징거리며 찾아간 눈동자 서너 쌍도 기억이 난다. 골난 듯 투정 부리듯 그렇지만 나는 정말 아프다고 때늦은 사춘기가 성인 몸뚱아리를 가진 아이에게 찾아왔었다. 회피하고 오른 비행기와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언어의 나라에서 무서운 줄 모르고 통통 튀어다니다가도 서울에서 온 메일 한통이면 마음이 안 좋아 밤잠을 설치던 것도 기억이 난다. 벗어나려고 8시간이나 하늘을 날아왔는데 결국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찾아온 2013년이 코 앞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연애하듯이 살겠다며 노래 부르던 명랑하고 유쾌하던 것은 어디 갔나 싶다.


/20121228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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