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신입생일 줄만 알았던

by gomer

아차 싶은 깨달음은 불현듯 찾아온다. 허여멀건 얌전한 신입생일 줄만 알았던 오빠는 말이 그것도 화려하게 말이 될것 같은 말들이 많았다. 이득이 되지 않거나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여 언어가 어눌한 사람들이 다수인 커뮤니티 안에 찬반과 불호가 갈리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했다. 결과를 보여주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기본적으로는 나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 의견이 엇갈려 종종 언성을 높인 일도 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년을 나는 부분적일지언정 좋아했다. 내가 쉽게 지치는고마는 그의 달변 속에서도 가끔씩 탄산처럼 올라오는 나에게 없는 신선함이 날 뒤돌아보게끔 했다.


이지아와 비밀 결혼이 탄로 난 서태지의 배우 이은성과의 결혼 뉴스에 대한 대화에서였다. 이지아나 이은성이나 주변 친구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여배우 같긴 않길래, 아무 생각 없이 서태지는 보는 눈이 있네 혼잣말했다. 그랬더니 그가 입술을 비죽 내밀며 한마디 하길 보는 눈이 있는 게 어딨냐며 나를 힐난했다. 아 그러네요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수정하는 척했지만 이미 충격받고 곱씹어보고 있었다. 옳은 말이다. 보는 눈이란 게 어디 있을까. 신비스러운 이미지의 이지아와 이은성이니 서태지는 보는 눈이 있는 거 같다는 말을 함축한 내 반응이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어 한참 동안이나 부끄러워졌다.


/2013.05.2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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