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학부를 졸업한 학교에 왔다. 몇번 근처를 맴돈 적은 있어도 교정 안에 들어온 적은 없었으니 약 오년 만이었다. 실험보고서를 쓰던 엘리베이터 옆 공간에는 소파대신 제대로 된 책상과 의자 너서 세트가 들어왔다. 지난 주에 방학을 해서 학부생들이 전부 빠진 학교는 조용했고, 그 중에서도 학부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은 더 조용했다. 장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비교적 드문 이공계 캠퍼스가 따로 구분된 학교는 모처럼 마음에 들만큼 한가로웠다. 친구를 만나러왔다가 챙겨온 읽을거리를 들고 소파 대신 생긴 책상 위에 앉았다.
하루라도 빨리 졸업하고 싶어하면서 떴다. 누군가에겐 연대가 강한 그룹이었지만 나에겐 아니었고 졸업하자마자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 학교에서 보낸 4년이란 시간은 다른 곳에서 보낸 내 시간과 비교했을 때 길지도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 하나하나 불켜져있었던 책상들의 공간과 밤샘후 집어들던 18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많은 파란색 사물함과 계단과 ATM기를 보았다. 학부생들이 밀물처럼 빠지고 뼈대같은 빈 공간에 VR처럼 내가 있던 풍경속의 사람들이 살아 움직여 아른거렸다. 순간 그리움에 마음이 아련해지는 게 아니라 아니 쳇바퀴같은 하루들이 얼마나 많이 이어졌길래 뇌리에 이리도 남았나 신경질이 났다.
이 공간 위에 부유했던, 그 때의 나처럼 쓸데없이 방황할 길잃은 양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르게 인도되기를 꼰대의 마음으로 기도하다 생각했다. 요즘 애들은 진짜 똑똑하니까 나같은 애는 없을 것 같고. 또 난 그 당시 애들중에서도 유별나게 어리석었으니 나같은 건 더 없겠구나. 끝으로 내가 지금 남 걱정 할 때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