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손잡이 색깔
버스 손잡이의 색깔을 아시나요?
차를 타지 않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나 또한 아직 차를 타지 않아서 매일같이 버스를 이용하였다. 그날은 버스를 타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30분이 넘는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므로 맨 끝자리에 앉아 늘 그렇듯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숏폼을 보는 것도 지겨워질 때쯤 노래를 틀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늘 같은 일상의 반복으로 쉽게 지나쳤던 버스 안의 색깔이 그날따라 더 선명하게 보였다. 버스 손잡이들은 형형색색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아, 버스 손잡이는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다양하구나’
(물론 버스 종류에 따라, 지역에 따라 색상은 제각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버스 내부의 디자인도 손잡이의 모양도 의자의 모양도 뭐 하나 생각 없이 만들어진 것이 없었고 다들 제각각의 특징을 띄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예전에 대학교 설계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질문한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 학과 건물의 형태를 그려낼 수 있는 사람?”자신 있게 손을 들고 그릴 수 있는 학생은 없었다. 나 또한 형태는 물론이고 정확한 재료와 색상조차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았다. 건축물에 대해서 배우고 공부한다는 건축학과를 다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만들어지게 된다. 특히 핸드폰 속에 빠져 있을 때 우리 주변의 사물은 무채색에 가까워지며 형태는 뭉개져버리고 만다.
물론 유독 내가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은 걸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고, 길지 않은 여유 시간에는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나처럼 주변의 색상을 무채색에 가깝게 느끼고 있었다면, 자주 이용하고 있는 건물의 형태를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없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채워나가 보면 어떨까?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더 다채롭고 아름다우며 의미 있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