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헤세 지음
데미안. 그는 어떤 존재였는가
평범하게 생각하기를 거부했던 주인공 싱클레어는 선과 악, 고독함과 외로움, 욕망과 욕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늘 삶에 대한 이유를 찾기 바쁜 나에게 싱클레어의 갈등과 데미안의 목소리는 더 달콤하게 다가왔다.
싱클레어는 처음 프란츠 크로머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면서 안식처로서 순결했던 집과 멀어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어떤 유혹에 가까운 순간들, 타락에 가까운 순간들을 맞이했을 때 이전의 나와는 멀어지는 듯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정확히 상황으로 기억하기보단, 어린 시절 나에게도 나를 품어 감싸는 안식처가 있었고 나는 어쩌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안식처를 벗어나야만 했다. 그 사이에서 내가 타락해지는 것 같은, 원칙과 정답에 벗어나는 괴리감을 느꼈으며 설사 그것이 타락이 나쁜 것이 아니었음에도 어린아이의 생각으로 옳고 선한 것이라 규정된 것들에서 벗어날 때마다 돈을 훔쳐 크로머에게 갖다 바치는 싱클레어처럼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책 초반부에 싱클레어가 선에 가까운 자신의 집과 악에 가까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어린 시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울렁거림을 데미안에서는 공간이 주는 느낌을 이용하여 세밀하고도 밀도 높게 표현하였다.
‘우리 집 현관 복도는 더 이상 평화의 향기가 나는 곳이 아니었고, 나를 감싸고 있던 세계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 집 안의 안락한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제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어머니와 아버지의 밝은 세계에 속해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두려움에 짓눌린 나의 세계는 이제 죄악과 위험으로 가득 찬 어둠의 세계였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의 도움으로 크로머에게 벗어날 수 있었듯이 나도 그런 순간들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겨낼 수 있었다. 그게 싱클레어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였 건, 상황이 변해서였 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도 어린 시절에 내면의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의 세계를 쌓아나간 싱클레어처럼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걸 느끼게 해 주었다.
싱클레어는 한때 친구들과 술에 빠져 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방탕한 삶을 살면서도 이것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데미안을 마음속에서 놓을 수 없었다. 어쩌면 놓아버릴 수 없는 한 자락의 자기 내면처럼, 그는 그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데미안의 모습을 그림으로 실체화하면서 깨닫게 된다. 그렇게 그는 피스토리우스라는 스승을 만나고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충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욕정에 대한 거부감을 거스르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자살하려는 크나우어.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홀린 듯 그 자를 구하러 가는 싱클레어. 자신의 우상에 가까웠던 형상이 데미안의 어머니와 일체화되면서 그녀를 연인의 감정으로도 사랑하게 되는 싱클레어. 때때로 과격할 정도로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표현들. 수많은 종교적인 표현들.
내가 온전히 데미안이란 책을 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데미안은 싱클레어만의 길잡이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결국 나라는 존재도 마음속의 데미안을 가지고 끌리는 삶이 아닌 끌어당기는 삶을, 나만의 자아를 개척해나가야 함을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데미안의 대사들은 자라나는 식물에게 주는 양분과 같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깨달음 없이도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데미안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어떤 사명감을 지고 살아야 할지,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내면의 데미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다른 유명한 분들의 후기를 들어보려고도 했지만 온전히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싶었다. 내가 느낀 것이 원래 의도된 바와는 다를 수도 있고 더 큰 의미가 내재되어 있을 수도 있다. 삶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스스로 책이 주는 메시지를 찾아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