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주 장례식장을 두 군데 다녀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럽게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방문했다. 이제 자주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의 소식은 부모님들의 장례식과 관련되는 나이이다. 결혼식, 돌잔치에서 어느새 다들 부모님의 장례식장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게 당연한 나이가 되었다. 어느새 부모님들은 다들 연세가 많아지셨고 지병이 있으시고 요양병원에 입원 중 이기도 한다. 돌아가신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이제 영정 사진을 통해 희미한 기억만 남는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모두에게 준비가 될 수 없다. 아무리 호상이라고 해도 다들 정신이 없고 분주하고 자꾸 눈물이 난다.
"아침 부고 문자가 울린다."
연명치료 중이시던 회사 선배님이 어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린다. 선배는 작년에 갑자기 쓰러져 응급수술 후 스스로 일어날 가망성은 없다고 했다. 오랜 직장 생활에서도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지도 개인적으로 엄청 친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끔 우연히 짧게 프로젝트를 같이 참여했고 마주치면 인사하고 썰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이제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어 버렸다. 선배는 갑작스럽게 쓰러지셨는데 살림을 선배가 다 홀로 챙겨 가족들이 모두 혼란스럽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두 준비 없이 이별을 하는데 그래도 이별을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보험, 계좌와 비밀번호를 공유했다.
"영정 사진이 반겨준다."
장례식장에 들어가니 영정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옛날도 아니고 최근의 모습도 아닌 딱 10년 전의 모습으로 조문객들을 반겨준다. 우리는 다정한 성격이 아니어서 만나도 밝게 웃지 않았다. 반갑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반가웠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정 사진을 보니 갑자기 울컥해진다. 분명 선배 특유의 헛웃음으로 반가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선배는 자신의 주장이 강해서 상대로 만나면 굉장히 고집스럽게 느껴졌다. 결정을 했다면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었어야 했을 텐데 자신도 지시에 따라 결론을 유지하느라 고집쟁이처럼 주장을 굽힐 수 없었겠구나 하는 과거의 상황들이 떠올랐다.
12. 퇴사한 선배의 부고를 받았다 -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이 살려 내는 것 p.270
나는 나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p.291
“삶은 그냥 그런 거야. 삶에 별다른 이유는 없어. 맞아, 그럴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삶의 이유를 스스로 만들 거야. 아무도 내 삶에 의미를 주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 내 삶에 이유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는 것도 진실이야! 나는 나에게 희망이 될 거야.”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박윤진, 한빛비즈, 2022.05.02.)
https://blog.naver.com/mvpsoon/222843618377
장례식장에서도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이야기는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직장을 떠날 것이고 언젠가 죽을 것이다. 직장에서 선배는 행복했을까 궁금해진다. 직장에서 가장 즐거웠던 추억이 직장을 떠나는 순간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아등바등 스트레스받으며 살아봐야 빨리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직장에서 납득되지 않은 결정을 따를 것이고 죽음을 떠올리며 오늘을 버티며 살아갈 것이다.
이번 주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면서 나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이, 인생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모두 가끔 추억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