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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Aug 20. 2024

열대야의 객기

반복되는 객기

술을 마시면 더위를 잊고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오늘은 평소에는 잘 마시지도 않은 소주를 마시고 싶다."

여름 무더위에 술이라고는 시원한 맥주 정도만 마셨다. 술에 취하면 그 더위를 참지 못할 것 같아서 도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오르는 취기와 체온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군만두에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나면 더위를 잊고 숙면을 취할 것 같았다. 퇴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겁나 험한 게 나왔다."

저녁으로 군만두에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술을 마시니 역시 생각처럼 덥다. 술을 마시는데 점점 시원함이 사라진다. 함께 군만두도 느끼하게 느껴진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 생각했던 저녁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급하게 느끼함을 달래줄 매운 컵라면으로 종목을 변경해 본다. 컵라면도 군만두의 느끼함을 지우지 못한다. 대신 원치 않던 땀이 흐른다. 점점 꼬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상과 다른 느낌에 싸하다.


"술 마시고 숙면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11시에 잠들어 새벽 1시에 깼다. 새벽에 목이 마르다. 그래서 잠에서 깬다. 물을 마시고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소파에 선풍기를 틀고 누워본다. 땀이 난다. 아무래도 에어컨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더위이다. 새벽 3시 다시  에어컨을 켜고 가족들이 모여서 잠든 안방으로 들어간다. 시원한 바람에 겨우 다시 잠이 든다. 새벽 6시에 더위를 식히려고 부지런히 도로에 물을 뿌리고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그랬다. 기절할 정도로 술을 마셔야 더위를 모르고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숙취로 머리가 더 복잡했다.


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반성》(김영승, 민음사, 2011.04.05.)


나는 참 바보 같다. 그렇게 오랫동안 술을 마시고도 더위를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첫 잔과 함께 느꼈지만, 술을 마시고 더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음 잔을 마시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실패할 것이 뻔한데 무모하게 객기를 부린 여름날을 보냈다. 이번 계획은 완전 실패다!

"억지로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면 견디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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