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ader Aug 26. 2024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

너의 주종은.

여름에는 밤마다 시원한 생맥주가 떠오른다.


"뭐 마실 거야?"

아이가 삼촌과 여행을 떠난 밤 아내와 집 근처 술집에 가본다. 여러 종목의 주류가 있지만 나의 선택은 시원한 생맥주이다. 사실 이런 무더위에 소주를 마시기는 덥고 시원한 맥주나 하이볼 정도가 무난하다. 하지만 역시 음식과 어울리는 주류는 존재한다. 술과 음식의 페어링이 존재하듯이 치킨에는 맥주처럼 항상 떠오르는 조합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에겐 몹시 추운 겨울을 제외하면 어쨌든 맥주이다.


"맥주파 또는 소주파?"

학교에 다닐 때 주종에 따라 술집이 나뉘었다. 맥주 파는 모든 것을 튀겨주는 모둠 안주를 파는 호프집으로 가고, 소주파는 인심 좋은 주인분이 운영하는 감자탕이나 닭볶음탕집으로 향했다. 나도 소주보다는 맥주를 선호해서 항상 호프집에 가곤 했는데 복학생 형들은 맥주보다 소주를 선호했다. 물론 형들과 땀 흘리며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고 돌아오면 받은 일당을 몽땅 털어 시원한 맥주를 마셨지만, 그렇지 않은 저녁에는 형들은 분명 소주를 좋아했다. 형들은 마지못해 치킨집에 가서 치킨에 소주를 드셨다. 사실 형들은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별로 크지도 않은 닭 한 조각을 다 드시지 않고 소주를 한 병씩 비우시던 선배들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 궁금해진다.


"맥주를 끊어!"

가끔 짠돌이 잔소리를 하는 나에게 아내는 그럴 거면 맥주를 끊으라고 말한다.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지금 말한 거 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카드 내역을 보니 정말 나의 소비에 많은 부분을 맥주가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맥주를 끊을 생각을 하니 인생이 재미가 없어지는 무채색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가끔 화가 나도 나의 속을 식혀주는 것은 시원한 맥주였고, 실컷 마시고도 기억을 잃을 만큼 만취하지 않는 맥주의 도수가 적당하다. 느끼한 음식에는 라거 맥주가 최고이고, 배가 고프면 흑맥주가 딱이다.


1부 : 우리를 위로하는 건 어쩌면 사랑보다 맥주

맥주 거품이 스르르 꺼져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은 맥주 거품처럼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즐겨야죠.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최갑수, 얼론북, 2022.10.17.)


오늘도 자기 일 아니라고 생각 없이 말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하다 보면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말로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분위기를 살피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도 가끔 별생각 없이 별말 없이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가 좋은 날이 있으니 맥주를 멀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맥주는 나에게 위로가 아닐까 싶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함께 하는 건 맥주뿐인가 싶을 땐 역시나 맥주를 마십니다."

작가의 이전글 부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