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코인을 사지 마오_박도영
달을 향한 슬픈 진심 p.229
솔직히 나도 돈을 복사하고 싶었다. 부자가 되고 싶었다기보단, 세상의 열광 속에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었다. 모두가 돈 복사 파티를 즐기는 동안 나만 하루하루를 성실히 노동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뒤늦게 파티의 달콤한 맛을 보여준 파트너가 루나였던 것이다. 짧게나마 나 또한 상상했으리라. 내가 아닌 내 돈이 돈을 벌어 오는 삶. 다만 파티는 끝물이었고, 파트너는 사기꾼이었다. 돈은 돈을 벌어 오지 못하고 그대로 집을 나갔다.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파티는 없다. 그리고 비어 버린 잔고는 나에게 말한다. '일해서 버는 게 짱이다.'
<우리에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토스 기획, 웨일북, 2023.09.15.)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적용되는 부분이 있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나는 지식은 과거의 쓸모없이 복잡하고 힘들지만 헛된 오래된 것들이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흔이 넘어서는 과거의 나의 생각들에 대한 고집이나 아집이 필요하지 않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려서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착각하였다. 나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세상이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지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봐야 할 수 있는 것은 고약한 노인네의 참아내기 힘든 아집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 직장 동료가 대치동 아파트에 청약을 넣으라고 점심식사 시간에 이야기했다. 2010년의 나는 25평 아파트가 10억 원이 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2020년은 10억 원으로는 그 아파트를 전세로도 살 수 없다. 정말 나의 예상은 들어맞는 게 하나도 없구나 싶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투기 세력들과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한정하는 착각을 범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인플레이션을 체감하지 못하고 살다가 최근에 강력한 인플레이션의 위력을 마주하게 되었다. 차라리 제대로 깨우쳐 배우지 못하고 전공이랍시고 문자로만 외운 서생의 문제점을 비참하게 느끼게 되었다. 경기는 태어나도 한 번도 좋은 적이 없었는데 임금은 매번 어려운 상황에 동참하고자 동결하자고 한다. 임금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이상의 자산의 상승이 없으면 내일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게 되는 시기이다. 임금은 계속 동결되고 있으니 급여 생활자는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
재테크도 예전에는 단순하게 소비 줄이기, 통장 풍차 돌리기, 정기예금 금리 높은 곳으로 갈아타기, 목돈으로 내 집 마련하기 정도만 알아도 재테크 기본기는 갖췄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만 알아도 가난해지지 않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득이 늘지 않으면 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최근에는 누가 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다,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 부동산으로 얼마를 벌었다 등등 많은 재테크 성공담을 통해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으로 나만 가난해지는 것인가 하는 조바심이 들었다. 이제 장례식장에서나 만나는 친구들은 과거의 추억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보다는 모두 재테크 이야기만 한다. 경쟁하듯 누가 얼마를 더 잃었냐를 누가 더 가난하냐를 싸우지 않음에 감사할 뿐이다.
최근 예전에는 잘 읽지 않았던 그리고 상스럽게 여겼던 재테크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독서는 뉴턴의 말처럼 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라 믿고, 중년이기에 거인의 어깨가 아니라 머리 꼭대기에 까치발을 하고 봐야 할 처지였다. 그렇게 재테크 책을 읽다 보니 재테크도 인생을 잘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재테크도 인생도 계획을 세우고 착실하게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 조급한 마음은 실수를 유발하며 올바른 지혜를 가지고 유연하게 실행해야만 세상에 모진 풍랑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달은 몰락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를 따라 크게 보였다가 안보였다를 반복한다. 파도는 누군가에게는 시련이고 누군가에게는 동력이 되기도 하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배운 올바른 삶의 자세는 모든 곳에서 통용된다. 아직 끝까지 가보지 못했지만 오늘을 바르게 살아내면 내일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