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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사이언스

by Jeader

끼리끼리 만남 p.154

최근 학자들은 마치 중세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계층의 분리와 세습 현상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사회의 계급 재생산은 외형적으로는 합법적이고 공정하다. 엘리트 계층이 끼리끼리 만나 중산층을 형성하고, 축적된 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고소득으로 진입하는 교육 기회를 독점하며, 이로써 자녀에게 계층을 세습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가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 그저 최선의 선택으로 결혼을 하고 가족을 위한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계층의 세습으로 이어진다.

<가족각본>(김지혜, 창비, 2023.08.01.)


예전부터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었고, 서로 전혀 다른 집안의 만남을 통한 비극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사람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습성을 보인다. 그래서 내 주변 3인의 평균이 나 자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싶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잘 관리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자신과 유사한 신념, 종교 등에 따라 그룹화된다.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아니면 심리적 안정을 위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지만 잘못된 만남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주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라고 한다. 예전부터 계층을 세습하는 문화는 분명 존재했다. 우리도 사실 조선시대까지는 왕권 국가였으며, 아직도 대통령이 나라의 임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아내가 즐겨보는 드라마 <연인>은 조선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조선시대는 분명 장단점이 있었지만 발전하지 못하고 답보하는 모습이 아쉽다. 왕권 국가의 가장 큰 장점은 유능한 왕이 제위 하면 태평성대(太平聖代)의 시기를 보내지만 무능한 왕이 제위 하면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백성들은 생지옥의 시대를 살게 된다.


개인적으로 조선시대의 가장 무능한 왕으로 선조와 인조를 꼽는다. 임진왜란을 예견하지도 수습하지도 못한 선조와 광해군을 폐위하고 정권을 잡지만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통해 백성의 고난을 이끈 인조는 외부의 침략을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여 백성들에게 상처를 남겨서 연산군을 뛰어넘는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선조와 인조는 둘 다 최악의 무능함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그 원인으로 첫째 공식 후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통성 결핍에 따른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의 모습을 보였다. 둘째,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 이기주의를 선보였다. 선조는 동서분당으로, 인조는 서인세력의 분열 등 붕당(朋黨)으로 조선을 위기로 이끌었다. 셋째, 자신보다 능력 있는 후계자(광해군, 소현세자)가 있었지만 자신의 왕권을 오래 유지하는데 집중하여 후계의 문제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후계자를 통한 조선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지속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한심함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것은 조선의 창업군주인 이성계부터 유래된 집안 내력으로 보인다.


아침 출근길에 꼭 보기 싫은 사람의 차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나 깜빡이도 키지 않고 내 앞으로 차선을 밀고 들어온다. 잠시 저 차를 밀어 우주로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나는 관대하고 내 차가 더 비싼 차이니 내가 참기로 한다. 저 사람의 가장 친한 사람도 저렇게 윗사람에게는 높은 톤으로 친한 척하고,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둘 다 MBTI의 극 E형 인물들이다. 그래서 서로 같은 유형이라서 서로의 속마음을 잘 알아서 사실은 서로를 경멸하고 친할 수 없을 텐데 생각했는데, 그냥 끼리끼리 어울리는 사람인 것으로 내 마음대로 결론 내린다. 강아지똥은 민들레꽃을 피어나게 하지만 직장 내 똥은 똥끼리 뭉친다. 나는 저 사람이 왜 저렇게 직장생활을 하는지 안타깝지만, 어쩌면 저 사람도 나를 참 왜 저렇게 직장생활을 하는지 안타까워할 수도 있겠다 싶어 생각을 창문 밖으로 날려버린다. 오늘은 금요일, 하루를 잘 보내고 주말에는 좋아하는 사람들만 생각하면서 즐거운 시간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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