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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반복된다

by Jeader

08 부자가 되는 것의 본질 p.303

영상이 끝났다. 강당 안의 모든 사람이 박수를 쳤다. 벨포트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이야기가 사실상 영업이었다. 모든 영업 기법이 여기에 들어 있다. 높아졌다 낮아지는 목소리, 리드미컬하게 전하는 확신, 분위기 전환, 관심 포착, 오후가 끝날 무렵, 나는 흥분되고 만사가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파민이 넘치는 것 같았다. 벨포트는 우리에게 제안할 게 있다고 말했다. 그 제안이란 또 다른 세미나였다. 더 유익하고 아무나 들을 수 없고 더 가치 있는 세미나. 세미나의 가격은 1,500파운드였다. 그는 신용카드 리더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강당 옆쪽에 있다고 알려줬다. 우리는 그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로 제한된다. 우리 모두가 운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지시를 내리자 수백 명이 강당 옆쪽으로 몰려갔다. 카드 리더기 앞에 줄이 쭉 늘어섰다. 또다시 고객 붙들어놓기, 벨포트가 무대를 걸어 내려갔다. 돈이 빠른 속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을 만난 남자>(저자 윌리엄 리스, 번역 박우정, 토네이도, 2021.02.26.)


월가의 늑대로 자신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로 유명한 조던 벨포트(Jordan Ross Belfort)는 주식 사기로 투옥된 이후 동기부여 강연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물론 처음은 초청공연이었다가 더 유익한 강좌는 소수만이 들을 수 있다고 약 3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강연을 들을 수 있다며 유혹하여 돈을 벌어들인다. 예고편은 무료이나 본편을 보고 싶으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영업 방식과 유사하다. 타인의 탐욕을 이용하여 사기를 저지른 벨포트답게 사람들의 탐욕을 더욱 가치가 높은 열정과 야망으로 포장하는 세미나를 하는 것으로 보았다.


최근 전 국가대표 펜싱선수의 재혼상대로 유명세를 타다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사기 행각으로 매일같이 뉴스에 등장하는 인물의 강연회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뭐 자신이 미국 출신이라서 한국어 문법이 어색할 수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이해해 달라는 거짓말이나, 자신이 돈이 돈을 복사하는 투자방법을 알고 있다는 뻔한 사기꾼의 말보다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할 테니 이 강연을 들은 사람 중 전화번호를 남긴 선착순 15명만 선택하여 투자의 기회를 주겠다는 방식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연락처를 남긴 사람들에게 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사람이라 모두가 원한다는 투자기회를 주겠다는 '선택받은 자'로 구슬려서 자신에게 '사기를 당하는 자'로 만들어 버렸다. 소액의 투자금을 받아내고는 더 투자금을 대면 더 큰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로 대출까지 받게 만든 돈을 편취하는 사기를 보여주었다.


뭐 네트워크 마케팅이 학문으로 등장한 시기도 있었고, 아직도 합법과 사기 사이의 선을 넘나드는 사업들이 다분하여 이들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의 사기피해 회개와도 유사한 울부짖고 잡아달라는 고함이 낭자한 방송만이 뇌리에 남아있다. 이러한 사기범죄에 대한 결과를 확인한 것은 어렵다. 주범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거나 먼 타국에서 사기꾼이 죽은 것 같다는 허탈한 뉴스가 마지막인 것 같다. 뭐 소액 중고거래 사기부터 큰 비용의 사기까지 다양한 사기가 판 치는 세상에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무지해서 그렇다는 자기 방어 능력까지 필요한 사회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한편으로 뒤통수가 서늘해진다. 우리는 사기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이라면 사회적인 신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기의 패턴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새벽부터 전화를 하거나 주말을 노려 다양한 피싱 문자를 보내는 사기꾼들을 보면서 오죽하면 사기꾼만큼 부지런하면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 않겠나. 누구나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최근 나이 든 부모님에게 나를 사칭하여 대출로 감금되어 있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놀란 부모님이 전화로 혹시 대출로 잡혀있냐는 질문에 아침부터 출근해서 회사에 갇혀 있기는 한데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대출을 받게 되면 꼭 말씀드리겠다고 했었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방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려고 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한 타이밍 멈추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잠시 뜸 들이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살다 보면 절호의 기회가 생각할 틈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오랜만의 가을야구 결과는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아서 속이 많이 상했지만 오늘 안 좋으면 내일 좋은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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