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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Nov 14. 2023

사회복지사

불행을 찾아서

장애인분야의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사회적인 시선으로는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희생의 상징이고, 힘든 일을 하며,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뭐 물론 나도 이직업을 가지기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고 나서 느지막이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노인센터를 거쳐 현재의 직장에서 머물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복지사는 그렇게 대단한 직업은 아니다. 그저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주변 지인들이 사회복지사는 뭘 하냐고 물어볼 때, 간단하게 말한다. '정부 하청업체'라고 말한다. 사회복지사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는 준 공무원이라는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월급만 공무원이다. 연금 없는 공무원은 공무원이 아니다. 그냥 박봉 인생이지.

뭐 물론 다른 일반회사와는 다르게 영리를 추구하는 곳은 아니긴 하지만, 결국 실적 압박은 물론 존재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만약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사회복지사를 하겠다고 말하면 사실 말리고 싶다. 

늘 사회적 약자와 만나는 건 아니다. 물론 구조와 기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내가 있는 곳은 보통 사무실에서 하는 작업들이 훨씬 많은 상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냥 일반 중소기업 회사원이랑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똑같다, 서류로 매번 씨름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회의를 하는. 그저 일반 기업과 큰 차이는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숙명이라고 한다면, 결국. 누군가의 불행과 마주해야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진행하는 사업은 클리닝 서비스이다. 집을 수리해 주거나 청소해 주는 사업이기에, 집을 방문하였다. 다세대 주택에 있는 반지하인데, 상태는 굉장히 심각하였다. 아빠는 경계성장애, 엄마는 한국말이 서투른 필리핀 사람. 아이들 두 명은 모두 발달장애를 가졌다. 온 집안에 벽지는 뜯겨있고, 아이들은 서랍장을 오르고, 침대에서 뛰는 바람에 침대 다리는 박살이 나있었다. 습한 반지하의 특성상 결로를 제대로 해결안 하면, 곰팡이가 생긴다. 이 집도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집에서는 악취가 풍겨져 왔다.

우리나라의 복지의 복지시스템은 대체로 잘 되어있다. 하지만 전제조건은 바로, 기초생활수급자 일 때의 경우다.

이 집의 경우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재산이 있지만, 도움은 주지 않고 있다. 재산에 비례해서 책정하여 기초생활수급자 여부를 결정하기에  당연히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지 못하였고(물론 예외적으로 되는 경우가 있지만 흔하지 않다.), 현재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다. 사회복지사를 하면서 가장 와닿는 문장이다. 불행이라는 것이 어쩌니 다양한 것인지, 안 좋은 일이 겹치면 이렇게 안 좋은 건지. 참으로 기분이 안 좋았다. 100만 원 남짓한 예산으로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도와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우선적인 것에 대해 조사하고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사실 이런 출장을 다녀오면 복잡한 기분이 밀려온다. 남의 불행을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연민의 감정. 내 인생은 이렇지 않다는 안도감. 남의 불행을 바라보며 안도감을 느끼는 데 있어서 오는 죄책감. 내 능력으로 이 불행을 끝내는 것은 어렵다는 허무한 등, 많은 기분이 몰려온다. 아마 다른 사회복지사들도 이러지 않을까. 이런 기분을 느끼며 무겁게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문서작업을 시작한다.  

그냥 책상에 앉아있는 동안 갑자기 불현듯이 그 집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서툰 한국말로 도움을 요청하는 그 모습이 떠오른다. 도대체 먼 타지까지 와서 왜 이런 불행을 겪고 있는지. 이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가끔은 이러한 생각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고, 사회복지사일을 관두고 싶기도 하다. 친구에게 우스갯소리로 결국 사회복지사들은 사이코패스만 남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쉽게도 사이코패스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런 것들은 나를 참 힘들게 만든다. 

그래도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고 한다. 저 불행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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