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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Nov 14. 2023

세후 190 인간 - 6

면접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직원을 뽑는 날이다. 떠나간 사람의 자리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누군가가 있었던가 하는 의문조차 들지 않았다. 누가 올진 기대되지 않는다. 늘 실무자들과 인사권자들의 스탠스는 다르다. 누가 온다 한들 불만은 있을 것이다. 그게 어느 쪽의 불만일지 모르지만,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두세장 정도의 이력서와 10분 남짓한 면접시간으로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  예전 호프집 매니저로 일할 때, 알바를 몇 번 뽑는 기회가 있었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호프집 서빙이었기에, 대단한 걸 바라지 않았다. 아니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기에 그냥 막 뽑았다. 처음에 뽑은 친구는 가장 먼저 연락이 와서 뽑았다. 두 번째 뽑은 친구도 그냥 집이 가깝고 올 수 있다고 해서 뽑았다. 그렇게 뽑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그 후로 알바는 그냥 연락이 먼저 오는 순으로 선발하였다.

뭐 대단한 일도 아니고 호프집 서빙이었으니, 그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노인센터에서 면접을 봤을 때, 너무 절박해서 빌었다. 세 달 안에, 수습기간 동안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겠노라고.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잘라도 된다고. 그렇게 빌었다. 그냥 표현이 아니라 빌었다. 구차할 정도로... 간절해 보였는지 마침내 그곳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난 이미 내 미래를 예상한 굉장한 놈이었다. 수습기간을 버티고 한 달 후에 해고를 당했다. 뭐 정확히는 내가 나간 것이다.(그렇게 할 거면 나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해고라고 봐야 하나...) 버틸 배짱도 없었고 버틸 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는 말은 지키는 굉장히 멋진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거짓말이다.)


가끔 자신을 지켜주는 것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멋져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놈이고 이런 사람이다. 난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생각이 드는 일을 하면 참 나 자신에게 뿌듯하다. 호프집 매니저로 일할 때, 그 당시 최저시급과 교통비를 고려하여 면접비를 주었다. 내가 많은 알바 면접을 보러 다니는 동안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긋지긋한 질문을 당하고 너덜너덜해진 나 자신 보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큰돈은 아니지만, 면접을 보러 오는 친구들에게 면접비를 주었다. 물론 사비로. 그 당시에는 큰 생각이 안 들었지만, 그런 생각을 한 내 모습이 그래도 좋다. 멋져 보인다.


오늘 면접에도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것이다. 이미 면접 통보를 받지 못한 사람들도 이미 상처를 받았으며, 들어온다 해도 쉬운 나날들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것이 살아가는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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