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무대
고등학교 밴드부시절.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우리였다. 하지만 진행부의 착오로 모두 불꽃놀이를 보러 객석을 떠났고 우리는 몇 없는 우리의 열성(?) 팬들에게 우리의 1년간의 노력을 보여줬다. 물론 많은 관객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우리를 지켜봐 준 관객들에게 참 고마웠다.
그리곤 공연이 다 끝나고 내려와서 불꽃놀이를 보았다. 난 아직도 그 불꽃놀이만큼 아름다운 불꽃을 본 적이 없다. 그 모습이 내 모습처럼 보였던 걸까. 그저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나고 산화하는 모습들.
그 후로는 난 좋은 관객이 되었다. 환호하고 소리를 질러준다. 그게 누구더라도,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그들만이 알고 있는 숨은 시간과 노력들을 알았기에.
그리곤 일상생활에서도 난 좋은 관객이 되었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박수를 쳐주고 리액션을 해주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좋은 관객이란 그런 것이니깐.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들었다. 내가 좋은 관객이지만, 좋은 관객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관객을 자처하여 친구를 만나고 열심히 했지만, 점점 그 만남들은 힘들어져만 갔다. 그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 나 자신을 관찰하고 성찰한 결과는 그저 나도 관객이 필요했을 뿐이다. 바보같이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좋은 관객이 되어주면 그 사람도 나의 무대에 좋은 관객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모두 멋진 무대 위에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나를 위한 관객은 없었다.
난 그래서 좋은 관객을 그만뒀다. 정확히는 나에게 좋은 관객만을 바라는 사람들은 만나지 않게 되었다. 쉽진 않았지만, 썩 나쁘지 않다. 서로에게 좋은 관객이 되어주는 게 그래도 가장 힘이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