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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Nov 14. 2023

세후 190 인간 - 8

어른

어른이라는 것은 참 별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내 몸뚱이 하나를 걸고 거래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난 이렇게 일을 하는데 이것밖에 못 받아?라는 의문이 든다. 그때부터 새로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간다면 좀 더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하여 다시 거래를 해볼 생각을 한다.

가늠해 본다. 내 주위에 누구는 어떤 일을 해서 얼마만큼 돈을 버는지

가늠해 본다. 내가 가진 무기는 무엇이며, 얼마만의 가치를 가지는지

가늠해 본다. 이곳을 지금 나가 다른 곳을 간다면 얼마만큼 고통이 수반하는지

세후 190 인간으로 사는 것이 지겨워서 이것저것 보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내가 가진 무기가 변변치 않아서 그런지 영 전쟁터로 뛰어들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현재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날 시에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두려움은 아무것도 모르는데서 온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하지만, 그 안의 생태계는 가지각색이다. 초원의 짐승처럼 날을 세워 어떤 짐승이 무서운지 직감적으로 파악해야 된다. 사무실 분위기라는 게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 안에는 어떤 다른 생태계가 숨 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거래를 해보려고 하다가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다시 같은자리에 서있다. 도전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지금 가진 것을 잃는 게 두려운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만큼 무책임한 게 없어 보인다. 도전하지 않는 자들을 패배자, 도망자, 겁쟁이등으로 매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난다. 지금 세상은 가진 것을 지키는 것에도 힘든 세상이다. 내 속 안에 있는 음식조차도 내입을 벌려서 꺼내가서 가져가는 세상이다.

실패를 두려워해 가진 것을 열심히 지키는 사람들의 삶은 생각보다 대단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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