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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Nov 14. 2023

세후 190 인간 - 9

카드값에 관하여

카드값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신용카드는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동안은 안 만들다. 이것저것 쓸 것이 있어서 만들게 되었다.  세후 190 인간 주제에 카드값이 무려 160만 원이 나왔다. 세상에... 카드이용명세서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보니 몇 가지 출혈이 있다.


첫 번째로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리 아껴도 써야 되는 돈이 있다. 당연히 외근을 나가면 돈을 써야 하고(그래도 인간적으로 밥은 먹고 다녀야 되지 않겠는가.) 특히 인간관계의 유지를 위해서 돈을 써야 한다. 현재 있는 곳은 여자가 더 많은 상황이고 카페를 자주 가게 된다. 아직 아랫사람이기에 얻어먹는 일이 많지만, 결국은 나도 사야 되는 일이 있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저는 커피를 안 얻어먹고 사줄 생각도 없다'라고 말할 수가 없다. 최소한의 발악으로는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만 주야장천 마시는 것뿐이다.(차마 에스프레소는 시킬 수 없었다.) 그러기에 결국은 커피값이 사실 사회생활의 일종의 코스트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는 경조사다.  인맥이 좁은 편이기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번 갈 때 많은 돈을 낸다. 기본이 10이고 그래도 정말 친한 친구일 경우에는 30만 원을 내고 있다. 그래도 좋은 일을 축하해 주는 것이기에, 뭐 출혈은 마음이 아프지만, 그럭저럭이다.


세 번째로는 집에다가 사용하는 돈이다. 현재 어머님과 둘이 살고 있고. 당연히 어머니에게 돈을 쓴다. 엄마들의 마음이란 것이 그렇다. 아들이 돈을 세후 190인간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아들이 사주는 밥이 제일 맛있고 사주는 물건이 제일 좋으시다. 이렇게 나가는 돈이 생각보다 출혈이 크다. 어쩌겠는가. 세후 190은 불효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못 견딜 것 같다.


마지막은 데이트 비용이다. 오랜 연애를 해서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다 보니, 한 달의 8일 정도 외출하여 돈을 쓰니 당연히 꽤나 많은 돈을 쓴다.


이렇게 카드명세서를 살펴보면, 도대체 나를 위해 쓰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작 몇 가지밖에 없었다. 편의점에서 산 맥주 4캔, 조금이라도 싸게 살려고 마트 가서 산 소주 몇 명, 담배, 배달비 아까워서 포장한 안주 닭강정, 정신과진료비. 고작 이 정도다. 인생은 나를 위해서 산다는 것이지만, 그다지 나의 현재를 위해 사용하는 없는 것 같다. 아들로서의 역할, 애인의로써의 역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친구로서의 역할. 이런 것들을 위해서 돈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저축은 하고 있지만, 이것이 현재의 나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약간 서글퍼진다.


세후 190 인간은 위로해 주는 것은 술과 담배밖에 없는 것 같아서 입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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