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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느 X-세대 직장인의 꿈

참! 나, 회사 그만뒀지!!!

by 장형

이른 아침잠에서 깬다. 5시 20분쯤. 10분 후 핸드폰 알람이 울릴 것이다. 기상 시간 알람이 맞춰져 있지만 실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언제나 잠에서 깬다. 매번 자리에서 뒤척이다 알람이 울리면 침대를 벗어난다. 출근하기 전 헬스클럽에 가기 위해 주섬주섬 옷을 입니다. 10년 전 암 수술 이후에는 가능한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아침 루틴이다.


관성에 몸을 맡기고 움직이다 문득 생각이 스친다. <참! 나, 출근할 필요 없구나. 나, 회사 그만뒀지!!!> 나는 어제 회사를 그만뒀다. 대학을 졸업하고 3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대학 4학년에 회사에 입사해서 꼬박 30년을 다녔다. 어디로 튈지 모르던 X-Generation, 20대 청년은 머리가 허연 중늙은이가 되어서야 반자유를 찾았다. 절반의 자유는 청춘과 세월 속에 흘러가버리고 남은 반이라도 찾고자 30년을 접었다.


숙취에 시달리는 날 아침에는 전날 생각의 조각들이 찬물을 한 모금 할 때마다 퍼즐 맞추듯 다시 떠오르곤 한다. 그 술 취한 아침 생각의 퍼즐처럼 또 하나의 생각에 이른다. 책상 한구석 60L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파란색 배낭이 자리를 자치하고 있다. 배낭 옆자리는 적잖은 크기의 검은색 앞배낭과 카키색 크로스백이 기대어져 있다. <맞아, 오늘 나 드디어 다시 배낭을 메는 날이구나!!!> 나는 90년대 1세대 배낭족이었다. 그때를 잊지 못해 직장생활 내내 여행을 꿈꿨다. 휴가 때마다 아내의 핀잔을 들어가며 여행을 다녔지만 일주일 휴가로는 내 갈증을 채울 수는 없었다. 바로 그 여행을 오늘 시작한다.


배낭을 메고 거울을 바라본다. 얼마나 고대하고 기다렸던 모습인가! 두근거리고 떨리는 가슴으로 한참 동안 거울을 바라본다. 비행기 시간에 맞출 걱정에 앞가방과 크로스백을 챙겨 문을 열고 방을 나선다. 거실의 큰 창으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춘다. 오늘따라 온통 밝은 빛에 눈을 뜰 수가 없다. 아침 햇살에 찡그린 눈이 적응될 즈음, 햇빛 속에서 잠에서 덜 깬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유라도 마실래. 빨리 출근해야지!!!>


나는 29년 차 직장인이다. 가끔 꿈 속에서도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나는, 여행을 떠나는 꿈만으로도 행복한 직장인이다. 카키색 크로스백을 메고 매일이 전쟁같은 회사로 오늘도 출근하는 월급쟁이이다. 아내가 건네주는 우유를 마시고 현관 앞 거울을 바라본다. 웃어야 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웃는 연습을 해 본다. 그래도 꿈꿀 수 있는 오늘 나는 행복하다.


* 어디선가 읽었던 글을 모티브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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