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식탁 001
엄마의 식탁에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김으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음식이 자주 올라오곤 했다. 해남이 고향이고 학창 시절과 신혼을 목포에서 보내신 엄마에게 김은 당연하고 흔하디 흔한 재료였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리 형제들의 어린시절 식탁에도 김은 김치만큼이나 친숙한 식재료였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김구이. 아버지가 퇴근하시는 시간에 맞춰서 장롱 속 이불사이에 밥공기를 넣어 두던 시절이었으니 아버지 중심의 우리집 식탁에는 김구이가 자주 올라왔다. 마른 김을 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구워내 간장 양념을 곁들인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단순함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회사 업무차 완도에서 2년여 자취를 한 적이 있었다. 저녁을 사 먹는데 물려서 햇반과 재래시장에서 사들인 간단한 반찬에 김구이로 식사를 하곤 했다. 혼자 식탁에 앉아 완도 김에 간장과 찬을 조금 넣어 먹으면서 OTT를 보고 있으면 남 모르는 행복감에 빠져들곤 한다.
도시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김국. 완도군의 아름다운 섬, 청산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포구의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오래된 차림표를 훑어보다가 김국정식을 찾아낸다. 반가운 마음에 주인아주머니에게 조리법을 물었다. 물김을 국으로 끓여 내놓는다는 간단한 대답이다. 내가 아는 김국은 김을 바삭하게 구워 부순 후, 간장과 소금을 밑간으로 더해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냉국으로 즐겼던 음식이다. 엄마와 통화해 보니, 섬이나 해안지방에서는 물김을 많이 사용하지만 서울에서는 물김이 구하기 힘들어 구운 김을 부수어 사용하셨다고 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지방도시 욕야카르타를 방문했을 때, 시장에서 김밥 매대가 많은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란 기억이 있다. 요즘 유럽과 미국에서는 김이 반찬이 아닌 스낵으로 사용된다고 하니 김의 용도는 더욱 다양해지는 것 같다.
어린시절부터 우리집에는 친구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내가 친구가 많았던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엄마는 남도의 음식으로 가득한 식탁을 내 놓았던 것이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가끔 만나는 고등학교와 대학의 친구들이 아직도 엄마의 식탁에 대해 이야기 할 정도로 엄마의 식탁은 근사했다.
여든의 어머니께 그 시절 근사했던 엄마의 음식 레시피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심심하고 맘이 내키실 때 보내겠다고 말씀하신다. 의무가 되면 힘들 것 같은신 모양이다. 오늘 첫 번째로 도착한 엄마의 음식은 무를 곁들인 김무침이다. 가끔 식당에서도 볼 수 있지만 내 어린 시절 엄마의 식탁에서 밑반찬으로 무던히도 나왔던 친숙한 음식이다.
1. 재료
1) 묵은 김 7장, 무 적당량
3) 양념 : 액젓 1, 식초 2, 물엿 1
2. 조리법
1) 무를 채 썬다.
2) 채 썬 무에 소금1과 설탕2를 넣고 섞어준다.
3) 약 5분 후 물에 헹궈서 물을 짜준다.
4) 김을 구워서 비닐봉지에 넣고 부순다
5) 준비된 재료와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