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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손녀가 사랑한 주전부리, 들깨강정

엄마의 식탁 002

by 장형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모님과 식사를 하기 위해 본가에 간다.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입시준비를 하게 되면서 아내가 아이들을 돌보고 부모님과의 식사는 명절이나 생신 때가 아니면 내가 혼자 다니게 되었다. 부모님과의 식사는 언제나 비슷하다. 점심식사를 하고 바람을 쏘이고 싶은 부모님을 위해 외곽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어머니와 매번 같은 실랑이가 반복되곤 한다.


“집에 김치랑 반찬 좀 담아뒀으니 가지고 가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짐짓 짜증나는 말투로 “엄마! 나 뭐 들고 다니는 거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싫으니까 담부터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서운함이 가득 묻어나는 음성으로 “야 이놈아, 에미가 쎄빠지게 해 놓은 건데 고맙다고 말은 못 할망정 짜증이냐! 암 소리하지 말고 올라가서 가져가라잉!”하고 말씀하신다. 나는 마지못해 올라가 커다란 꾸러미를 챙겨 집으로 향한다.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왜 먹고 싶지 않겠는가? 결혼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내 미각은 어머니의 시간에, 그 손에 머물러 있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자식들은 어머니의 손맛에 입맛이 맞춰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든이 다 되어가시는 노모가 편치 않은 몸으로 만드셨을 한 꾸러미의 음식에 쉰이 넘은 장년 아들의 맘이 편할리 있겠는가? 이제 그만 하셔도 된다는 내 말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관리도 잘하고 있다. 아들아! 내가 남는 시간에 뭣을 하것냐! 느그 먹을 거 생각하면서 음식 만드는 것이 나는 즐겁다. 그라니까 암소리 말고 주믄 준대로 좀 가져가란 말이다.”


커다란 꾸러미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꾸러미를 들려 보내신 어머니께 감사하는 말을 연신하며 음식들을 정리한다. 그 중에서 작은 봉지 하나를 들어 보여준다. 저녁마다 간식을 찾는 딸이 편의점 과자보다 유독 좋아하는 것이 어머니가 만드신 들깨 강정이라고 말해준다. 시장에서 사면 비싸기도 하고 맛도 어머니 강정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음식을 주시면 감사인사 드리고 기쁘게 받아 오라며 그것이 어머니를 위하는 것이라고 당부한다.


다음 식사때 말을 전해 들은 어머니는 환히 웃으시며 “그랑께 만들어 주믄 암말 말고 들고 가라잉!” 하고 말씀하신다. 그 이후로 들깨 강정은 꽤 자주 만들어졌고 딸아이는 물론이고 나의 주전부리로도 애용되게 되었다. 딸아이가 어머니의 들깨 강정을 아주 오랫동안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뒤로 본가에 가면 준비해 주시는 꾸러미를 군말 없이 받아 들고 오긴 한다. “엄마, 좀 적당히…”라는 말고 함께…




ㅇ 들깨강정



1. 재료

1) 들깨 (종이컵 3)

2) 땅콩, 호박씨, 참깨, 구운 캐슈너트(섞어서 종이컵 3)

3) 물엿(종이컵 1/2)

4) 설탕 (종이컵 1/3)


2. 조리법

1) 들깨를 깨끗하게 3번 이상 헹군다.(들깨는 돌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잘 헹궈야 한다.)

2) 프라이팬에 들깨를 잘 볶는다.

3) 들깨가 볶아지며 견과류를 갈아서 5분 정도 따로 볶는다.

4) 프라이팬에 물엿을 끓인 후, 설탕을 넣고 5분 정도 끓여 설탕을 완전히 녹여준다.

5)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프라이팬에 넣고 약불에 5분 정도 잘 섞어낸 후 참기름을 고루 바른 네모난 용기에 부어서 조금 식혀준다.

6) 용기의 강정을 도마에 놓고 밀대로 고르게 밀어서 더 식힌 후, 칼로 썰어서 완전히 식혀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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