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만 있어도 지치는 사람들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

by 제환

가끔은 어떤 사람을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온 마음과 힘이 전부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 사람이 특별히 내게 소리를 지른 것도

노골적인 상처를 준 것도 아닌데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온 마음이 말라가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

공기가 차갑게 식으며 숨이 가빠온다.


나는 늘 이런 감정이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왜 나는 이렇게 예민하게만 구는 걸까.'

'왜 나는 이 사람과 함께하면 매번 죄인이 되어있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작은 장면에서 깨달았다.

그 사람은 내 감정을 듣지 않는다는 걸.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던 목소리,

나아지기를 바랐지만 결국 닿지 않던 나의 말.

지쳐가는 내가 화를 내고 침묵해도

늘 본인의 입장만 우선시하던 순간들.


그 사람은 언제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의 무게를 판단했고,

나는 그 안에서 ‘전부 받아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누구나 실수는 하고

나 역시 실수하며 살아가기에

그가 언젠가는 알아주리라 믿으며 참아왔다.


너무 늦게야 알게 됐다.

그건 내가 예민하거나 나빴던 게 아니라

그 사람이 타인의 마음을 짓밟고도 몰랐던 사람이라는 걸.



모든 감정은 이해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떤 관계는

내가 내 감정을 참아야 하는 구조로 굳어져 있다.


그리고 그런 관계 안에서 오래 머물면

나는 결국 내가 틀렸다고 믿게 된다.

더욱 지치게 된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건

꼭 큰 싸움이나 이별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속 자리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를 지킬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눈치를 보게 했던 사람,

늘 마음이 조용히 무너졌던 관계.

그 장면들을 차분히 되짚는다.


그리고 이제

내가 나를 지켜야겠다는 감정이 들 때

그걸 죄책감이라 부르지 않기로 항상 마음먹는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지쳐본 적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감각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결국은 당신을 지켜줄 무기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 당신의 감정이 침묵하지 않기를.

그리고 그 감정을 참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오래 함께하기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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