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고 영국에서 3년 반, 한국에서 6년 반 총 10년의 자취생활을 통해 이 세상의 다채로운 미친 인간들을 내 집 앞 골목과 현관문 너머에서 만났었다.
성적인 희롱이나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동들은 기본, 영국에서는 내 집 안에서 강도를 당하기도 했다. 사기를 친 룸메이트가 내 방에서 가구를 훔쳐갔고, 나는 내 집임에도 나의 집에서 도망치는, 집이 더이상 안전한 곳이 아님을 눈앞에서 체감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세상은 원래 이렇게 생겨 먹었고 어쩔 수 없으니 내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오로지 나만의, 안전체계를 하나둘씩 쌓아나갔다. 1층에 살 것인지 고층에 살 것인지, 보조 락을 달 것인지 안 달 것인지, 방범창을 설치할 것인지 않을 것인지.
그것이 습관이 된 순간부터, 나는 내가 지탱할 수 있는 무게 아래에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새벽 1시, 새벽 6시에 누군가가 계속 내 집 벨을 눌러서 공포에 시달리며 잠을 설치는 경험을 겪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매일은 까딱하면 삶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순간들일뿐이라는 사실을.
"집을 못 찾은 취객이니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런 경우임에도 사실 전혀 괜찮은 경우가 아니었지만 그 이하의 최악의 경우를 많이 봐왔던 터라 그나마 그런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새벽까지 울리는 벨소리는 나를 두려움에 갇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