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려낸 피부와 함께 전시된 자본주의 사회의 어둠

영화 '피부를 판 남자' 리뷰

by 정지은 Jean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돈은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그러한 가치가 부재하다면, 그 부재로 인해 행동에 있어 모든 제약이 작용한다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영화 '피부를 판 남자'(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는 한 예술가에게 자신의 피부를 팔아 자유, 돈, 명예를 얻지만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평생 전시되는 샘(야흐야 마하이니 분)의 충격적인 인생을 담은 아트 스릴러다.


bodo_still_02.jpg 피부를 판 남자 스틸 ⓒ판씨네마 제공


시리아 난민인 샘은 고된 업무를 마치고 고위층들의 파티나 전시회를 돌아다니면서 그곳에 차려진 케이터링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다정하게 구는 사람이 등장한다. 소라야(모니카 벨루치 분)는 남자에게 뷔페에 남는 음식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에 대해 동정한다고 받아들인 그는 반감을 가지고 그에게 욕을 하고 자리를 나선다.


박차듯 자리를 나간 그를 잡아 나선 것은 파티의 주최자이자 예술가인 제프리(코엔 드 보우 분)였다. 그는 샘에게 유혹적인 제안을 한다. 출국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난민인 샘에게 어디든 갈 수 있는 마법 양탄자를 선물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샘은 끌리듯이 현혹당한다. 제프리는 그 대가로 샘에게 등에 자신의 작품을 문신으로 새기고 자신의 살아 있는 예술 작품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샘은 결국 이를 받아들인다.


제프리는 샘의 등을 캔버스로 그 위에 자 말 그대로 비자 모양의 문신을 새긴다. 이후 샘은 돈과 명예, 비자를 받고 여자친구를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 모든 기회를 얻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는 예술작품으로서 갈수록 유명해지지만 그가 진정하게 원하는 가치는 찾지 못한다.


bodo_still_04.jpg 피부를 판 남자 스틸 ⓒ판씨네마 제공


사진 촬영을 하는 작가가 그를 모델로서 다루는 장면, 사람들은 박물관에 앉아 있는 샘을 마치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처럼 바라보며 촬영을 하고 이상한 질문을 하는 장면은 그들에게 샘의 존엄성은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시리아 난민 단체에서 그가 박물관에 착취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박물관에서 시위를 펼치는 등 그는 시리아의 수치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그가 지탱하는 가족들 또한 돈을 대가로 문신을 새긴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가족에게 외친다. 이것은 행운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겐 주어지지 못한 기회라고. 하지만 그의 외침에는 공허함만이 감돌 뿐이다.


bodo_still_01.jpg 피부를 판 남자 스틸 ⓒ판씨네마 제공


영화 '피부를 판 남자'는 자신의 신체를 예술 작품으로 판 한 난민의 시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어두운 면을 도려내 전시한다. 사회 기득권층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층민에 속하는 이들 사이 자본의 차이는 모든 면에서 벽을 만들어낸다. 돈이 만들어낸 사회의 계급들은 그들이 벽을 기어오르지 못하게, 그들의 힘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 벽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어오르려는 샘조차 자신의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은 현 대한민국 사회와도 다를 바 없다. '피부를 판 남자'가 도려내 전시한 것은 존엄성을 잃은 샘의 등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 위치한 사각지대의 민낯 그 자체이지 않았을까. 12월 16일 개봉.


*KBS스타연예 페이지에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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