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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이 슬픔이 되어 돌아올 때

다 거짓말이길 바라는 만우절의 일기

by 정지은 Jean


사랑의 대상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일이 될 수도 있고 고난 속에서 어떠한 존재가 되어준 사물이나 매개체일 수도 있다.

그렇게 너무 사랑하다 보면 내가 얼만큼 쏟아붓고 있는지, 내가 짊어지고 있는 중력의 무게가 어느 정도로 버거워지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할 때가 있다. 게다가 '열심히'라는 말을 붙여버리면 점차 보상심리가 생기고 인정 욕구마저 생긴다.


그렇게 가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의 이상을 해내려 무리하는 것을 나의 욕심 대신 도전이라고 말하기까지 이른다. "너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항상 듣고 싶은 흉한 오만도 생긴다.

하지만 그것이 점점 나 자신을 기고만장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내 몸과 영혼이 갈릴대로 갈리다보면 이것이 사랑이 아닌 그저 집착임을 알게된다. '조금만 더 하면 저기까지 도달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것뿐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이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내가 단단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절박한 사람이어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그저 여기까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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