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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을 잃을 뻔 했다

신장 결석이라는 마음의 병

by 정지은 Jean


얼마 전부터 몸이 붓고 화장실도 못 가고 조금만 일해도 힘들어서 병원에 갔더니 오른쪽 콩팥이 심하게 부어있고 돌로 혈관이 막혀 있는데 계속 놔둘 경우 콩팥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별똥별'이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소진이 연예부 기자 역으로 나오는데 충수염을 앓는 와중에 응급실에서 노트북 붙잡고 기사 발행하는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라 감탄(?)했다. 바로 지금 내 모습이 아닌가 해서.

장기 기증까지 생각하던 내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커녕 내가 가진 하나도 건사 못하는 주제를 확인하고 나니 현실 앞에 참담해졌다. 원인은 당연 스트레스.


치료로 쇄석술을 결국 받았는데 이게 뭐냐 의사선생님께 물으니 음파로 해당 부위에 40분동안 체외충격파를 쏴서 돌을 쪼개는 거라고 하시더라. 선생님이 조금 따끔거리는 정도라 했지만 시작부터 진통제 링거 맞는 것부터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 시술이 끝난 후부터 본격적인 고통이 시작됐다. (참고할 자세한 설명은 네이버에 '체외충격파쇄석술 후기' 검색 요망.)

시술 후 의사 선생님이 내게 안 아프다고 거짓말해야 시술을 받을 것 같았다는 진실의 고백을 듣고 나서야(진실의 방으로 갈 뻔) 터덜터덜 폐인이 된 상태로 병원에서 나왔는데 정신이 피폐해선지 약사선생님이 설명하는 복용법을 한 개도 듣지 못했다.

평소에도 물을 잘 안 마시는 내가 하루에 몇번이고 물을 들이키려니 당연히 점차 물리기 마련. 화장실을 죽어라 가도 실시간으로 깨진 돌이 내려가는 고통이 느껴져 인체의 신비를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좁은 요도관을 긁고 내려가는 돌의 발자국들이 몸에 열을 내거나 화장실 공포증을 생기게 만드는 등 이상 현상에 약간 영혼이 인체 탈주한 것 같기도. 탈곡인가 이 정도면.

결국 한 주 동안 버티다 병가를 냈다. 입사 2년이 다 되어서 처음으로 이렇게 연차도 많이 써보고 결국 병가까지 내어보니 내가 얼마나 내 몸을 또 혹사시키고 있었는가에 대해 느꼈다. 하고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도 체험했다. (내가 평소 먹던 모든 것들에 나트륨 함량을 따지면서 먹다 보니 돌아버릴 지경. 신라면 볶음면 먹고싶다고...)

누누히 하는 말이지만 건강은 진짜 중요하다. 어찌할 수 없는 것들 중 우선순위를 잘 둬야 하며 평형을 유지 못하다 치우치면 지금 내 꼴이 되버리는 것이다. 그 대상이 일이든, 관계이든, 사람이든 무언가 하나만을 집착하다 보면 그 결과는 참혹하다. 뭐든 늦을 때 후회하면 별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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