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마지막 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넷플릭스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 2 리뷰

by 정지은 Jean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 2가 공개됐다. 넷플릭스의 여느 시리즈 또한 그랬듯, 하루 만에 시청자들에게 모든 회차가 공개됐고 모든 전말 또한 알게 했다. (물론 원작 '임종의 나라의 앨리스'를 본 사람이라면 이 리뷰에 대한 사견이 매우 달라졌겠지만.)


총 8화로 구성된 시즌 2는 트럼프 카드를 다 모으기 전까지 게임에 참여해 아리스에서 시즌 1의 구성에 이어 트럼프 카드 중 J, Q, K에 속하는 그림 카드들이 등장하며 새롭게 등장하는 고난도 게임의 속행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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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웬걸, 무언가 결말이 이상하다. 그러니 이후 글에서 스포일러가 등장하기 전 다급하게 이 페이지를 나가는 이들에게 외쳐본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 1을 좋아했던 이들이여, 제발 마지막 화를 보지 말지어다!


(*여기서부터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 2의 줄거리 및 스포일러가 다량으로 존재하니 유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어쩌면 짐작 가능했던
최악의 용두사미 결말

개인적인 평으로는 7화까지 완벽한 서사를 유지했다고 본다. 원작을 보지 않았던 사람의 입장으로는 당연히 새롭게 등장하는 그림카드의 게임에 신선한 재미를 느꼈고 전 비치 간부들에게 어떤 비밀들이 숨겨져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깊게 파고들어 가는 서사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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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새로운 등장인물들 또한 전 시즌의 인기를 자랑하듯 일본 내에서 유명한 배우들의 새로운 캐스팅이 더해져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일본 톱스타의 대명사인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전라로 출연해 게임을 이어가는 모습도 굉장히 파격적이었으나 그가 맡은 큐마라는 역할에서 삶의 의지, 그가 인지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을 감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전 밴드 보컬이자 그와 함께 밴드를 이뤘던 멤버들과 회심의 단체전을 진행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오랫동안 그가 임종의 나라의 국민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이 엄청난 체력과 비상한 두뇌가 아닌, 신뢰라는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했다.


(물론, 전라로 출연하기에 다소 남사스러운 장면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불쾌하지 않은 선에서 그의 전라를 가리는 카메라 연출이 참으로 인상 깊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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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연을 계기로 아리스-우사기 일행과 떨어지게 된 안, 지시야, 구이나의 서사 또한 잘 짜인 개연성과 박진감 있는 게임으로 서사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중에서도 지시야가 마주한 게임들은 감독의 애정이 느껴질 정도로 세심하면서도 괴랄하게 연출됐다. 교도소 안에 숨어 있는 단 한 명의 하트 잭을 색출하는 과정은 짜릿함의 절정을 선사하는데 우리가 흔히 사회에서 배척하는, 사회와 맞지 않는 사람의 기준에서 벗어난 하트 잭의 존재와 그것을 색출하는 과정 자체는 아찔한 긴장감과 동시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


더불어 그 후 이어진 비치의 전 간부이자 임종의 나라에 들어오기 전 변호사였던 쿠즈류와의 대결은 그야말로 명대결이었다. 참가자들 모두가 매긴 점수와 그 평균값에 0.8을 곱한 결괏값에 가까운 사람이 승자가 되는, 이른바 산수 게임에 가깝다 생각할 수 있는 게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수학과는 전혀 상관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람의 목숨의 가치가 있는가, 그것에 대해 매길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핵심적으로 찌르는 게임이었다.


이때 지시야의 다소 충격적인 과거가 공개된다. 과거 의대생이었던 그는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선순위로 수술 기회를 제공했고 그로 인해 희생되는 이들을 묵인하며 살았다. 실제 사회에서 사람의 목숨값에 대해 마주하며 살아왔던 두 사람인만큼 누군가를 살리느냐 죽이느냐가 달린 게임을 마주하며 성장하는 모습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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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감동이 최대치로 벅차오르던 차, 7화 즈음에서 애정하던 캐릭터들이 줄줄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며 황당했다. 이것이 해피 엔딩인지 새드 엔딩인지, 임종의 나라가 과연 어떤 나라인지 긴가민가하기 시작하던 중 마지막 화가 그 쐐기를 박아버렸다.


사실 원작을 모르고 이 시리즈가 시청하는 자로 하여금 '엥?'이라는 의아한 반응을 유발했던 이유는 마지막 화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 게임에 도달한 아리스는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하트 문양 게임에 참여하게 되고 시즌 1에서 게임 마스터인 것처럼 보였던 미라를 대적하게 된다.



맑은 눈의 광인,
미라는 과연 누구인가

아리스는 자신의 친구들을 위해 이 게임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꼭 알아야만 한다며 미라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게임인 만큼 이리저리 대답을 회피하는 미라에게 답을 듣기는 무리였다. 더불어 정신분열이 온 것 같은 미라는 현재의 상황이 미래사회라는 둥, 외계인이 침략했다는 둥, 사실 지하에서 부자들이 인조인간에게 돈을 걸어 게임을 하고 있다는 둥 알 수 없는 소리를 번갈아 지껄이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등장하는 CG가 점철된 장면은 아리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혼란스럽게 한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정신병원에 갇힌 아리스의 환상이었으며 이에 대한 세뇌까지 이뤄지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에 기름을 붓는다.


이 부분에서 도쿄 시내의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에 힘들었을 작가의 마음은 이해하나 의식의 흐름대로 작품을 구성한 점, 그리고 그 혼란함을 시청자한테까지 전달한 시즌2에 대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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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후 환상에서 깨어나 서로를 향해 구원의 손길을 뻗으려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갑자기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쥐어짜더니 마음이 변했다고 이야기하는 미라의 모습에서 7화까지 쌓았던 몰입도가 무색하게도 와장창 깨졌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사상이라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것이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특히 많은 참가자들을 죽이고 영주권까지 받아 챙긴 인물인 미라가 누군가가 느끼는 찰나의 감정에 매료되기가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는 최후에 영주권을 가지기로 결정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주로 실제 사회에서 배척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실제 사회에서 여성을 4명 죽였던 살인마 반다라거나 상대를 압박해 조종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전 벤처 캐피털 회사의 사장인 야바까지. 그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점은 "오히려 이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국민으로 남는다는 선택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보편적인 도덕성과는 이질적인 가치를 가졌다는 뜻이기에 그러한 선택을 이미 오래 전에 내린 미라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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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아구니의 오른팔이자 끝까지 쓰레기짓을 일삼던 악인이었던 니라기를 또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 솔직히 중간에 눈물을 쥐어짜는 신을 통해 '악인도 변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것 같은 장면이 등장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전혀 바뀌지 못하는 그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게 더욱 다가왔달까.


더불어 끝까지 좋은 일 하나 못하고 열등감에 휩싸여 아리스에게 비참하게 죽는 순간까지도 "나를 악인으로 부르지 마"라며, "나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다수였다면 네가 악인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 말 자체가 어쩌면 이 작품의 핵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혼란스러움으로 몇십분의 에피소드를 갉아먹어가던 마지막화는 끝내 충격의 진실에 도달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결말이 원작의 제목일 줄은 몰랐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시부야에 운석이 떨어져 부상을 당한 아리스가 혼수상태였던 동안 생과 사의 경계에 있었던 '임종의 나라'였고 국민이 되면 그대로 원래의 삶을 잃고, 국민이 되지 않으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얼렁뚱땅 결말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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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후다.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로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치고는 굉장히 평온한 아리스. 게다가 병원 내 자판기 앞에서 마주친 우사기에게 헌팅 멘트를 걸고 산책을 하며 하하 호호 거리며 끝나는 엔딩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재벌집 막내아들'의 결말을 가지고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제2의 '파리의 연인'과도 같았던 '재벌집 막내아들'의 결말에 그래도 원작을 그대로 이어가고 PPL 폭탄을 터뜨리지 않았던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꽤 양반 격이라 생각은 들지만. 원작과 상관없이 드라마 자체를 사랑했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감히) 시즌 3를 암시하는 듯 조커 카드를 비추는 엔딩 신이라니. 시즌 3가 무탈하게 나올 수 있을지 알려진 소식은 없으나 만약 시즌 3가 나온다면 원작과는 상관없는 새로운 서사, 새로운 게임, 그리고 이러한 결말은 없는 보더랜드가 등장하길 바랄 뿐이다. 2022년 12월 22일. 넷플릭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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