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의로 태어난 삶 속에서 자신의 소명에 관한 질문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신은 존재하는가", "신은 왜 나를 탄생시켰으며 어떤 섭리가 나의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가" 등의 질문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몇백 번을 물은들, 단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학대당하고 착취당하며 고갈됨에 다다르는 삶을 사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는 범죄에서는 인간의 소명에 대한 답을 결코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씨네마
감독 알리 아바시가 연출과 각본을 맡은 영화 '성스러운 거미'는 이란 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마로 꼽히는 사이드 하네이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주인공인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는 순교자의 땅이라는 뜻을 지닌 이란 최대의 종교 도시 마슈하드에서 1년 동안 16명을 살해한 살인마, 일명 '거미'라고 불리는 범인을 추적한다.
하지만 과정은 무엇 하나 쉽지 않다. 미혼인 상태에서 여성 혼자 방을 예약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에 숙소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어렵게 방을 구한 이후 밤길을 나설 때도 치한에게 쫓기기 일쑤다.
경찰서를 찾아가 수사 관련 자료를 캐내기도 하지만 진척이 없는 그는 결국 착잡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언론사 동료와 함께 자신을 내놓은 위험한 작전을 통해 그를 잡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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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살인마 사이드 하네이에게서는 다양한 모순점들이 드러난다. 자신의 일을 '사회 정화 사명'이라 일컫는 그의 범죄 행위에 놓인 타깃은 거리의 매춘부들이다. 하지만 그가 '부정한 여자'라 치부하기 전에 보지 못한 것은 누군가의 생계를 보살피기 위한 길에 나서는 무거운 발걸음과 성매매를 한 후 메마른 얼굴을 보듬을 시간도 없이 쫓겨나는 일상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공급의 바탕에는 수요가 있는 법, 성매매에 가담해온 성매수자에 대한 인정은 하지 않은 채 성매매 여성에게만 혐오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그의 모습은 윤리를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만 모순적으로 수용한 모습이다.
라히미를 비롯해 피해자들을 살해 시도하며 보이는 쾌락적인 모습 또한 신의 의지를 행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신 그 자체가 되어 피해자를 압도하고 우위를 점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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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싸돌아다닌 그쪽의 잘못이죠.
진짜 이란 사회의 현실은 범인의 추적 과정이 아닌, 검거 이후부터 시작된다. 가해자는 영웅이 되고 사람들은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하고 합의하라며 종용한다. 마지막까지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할 유족들까지도 솔직히 죽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등을 돌린다. 이러한 괴물을 만든 데에는 이러한 모두의 도움 혹은 방관이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의 인상 깊은 부분은 라히미든, 길거리의 여성들이든 모두 애석하리만큼 동등하게 부실한 사회 안전망이 담긴 현실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전 직장에서 야근을 시키며 성폭행을 시도하려 했던 상사를 고소해 해고당한 라히미. 마슈하드에서 취재를 하면서도 길거리에서 남성의 위협, 그리고 경찰에게까지 그 성추행을 당했던 현실은 일상 속에서 사회적 위치나 재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성적인 존재로 소비되는 이란 사회 내 여성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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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피하고 싶은 걸 반드시 만나게 되리니. - 이맘 알리 설교집
영화가 시작하며 등장한 이맘 알리 설교집의 인용구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한다. 마치 피 묻은 손으로 성스러운 것을 만질 수 없듯 정당성마저 잃은 범죄는 그저 추악한 행위일 뿐이다.
이 영화는 신의 전언을 듣는 자가 아닌 그저 치졸한 범죄자였던 그가 인간으로서 피하고 싶은 것을 사후세계에서라도 만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다. 아무 응답도 받지 못한 최후처럼 막막한 어둠이 죽음 후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