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인의 연인' 리뷰
엄마는 그렇게 나한테 냉정한 이유가 뭐야?
한인미 감독의 신작이자 주연 황보운 배우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 '만인의 연인'은 주인공 유진(황보운 분)이 사랑에 빠져 집을 떠난 엄마 영선(서영희 분)의 부재 이후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며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삶을 마주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엄마가 없는 삶. 생계를 꾸리기 위해 자신의 삶부터 일으켜야 했던 유진은 미성년자이기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다. 유진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지만 그마저도 동급생이었던 무리들에 의해 발각되어 괴롭힘을 당한다.
숫기가 없는 유진의 성격상 자신이 마주하는 부당함에 대항할 힘도, 용기도 없기에 자신의 인생이 그저 고단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유진에게도 기회는 찾아온다. 피자가게 아르바이트생으로 뽑히고 그는 아르바이트에 전념하기로 마음먹는다.
가게에서 남은 피자를 저녁으로 데워먹으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지만 엄마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미성년자의 아르바이트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서가 필요하기에 어렵게 한 연락에도 엄마는 딸의 생계 혹은 존재에 관해 전혀 무관심할 뿐이다.
자신의 남자를 소개하는 순간마저 마찬가지다. 딸에게는 냉담하지만 자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에겐 한없이 다정한 엄마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남자를 유진에게 소개하고 결혼과 뱃속의 아이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꺼낸다.
이렇게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내적으로는 요동치는 모녀의 사이 속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피자 가게 점장(우지현 분)과 그와 같은 피자 가게에서 일하는 현욱(홍사빈 분), 점장과 아는 사이인 강우(김민철 분)이다. 그들은 냉소적이었던 유진 주변의 관계들과 달리 유진과 따사로운 관계를 쌓아 나간다.
대학생인 강우에게 호감을 품은 유진은 우연과 기회를 통해 점차 강우에게 가까워지게 되고 데이트를 나누며 점차 가까워지는 사이로 발전된다.
사랑. 모녀는 엄마와 딸이 아닌 두 여성으로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마주한다. 엄마가 소개해 준 남자가 유부남이며 자신의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목격한 유진은 엄마에게 따지지만 엄마는 자신의 사랑을 모욕당한 듯 유진을 몰아붙일 뿐이다.
네 눈에는 내가 예뻐?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일 것이다.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며 맹목적인 사랑을 요구하는 것 또한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행위는 아니다.
"아이가 있으면 이혼할 때 불리해져"라고 말하는 애인을 마주하는 영선. 온갖 호감을 다 쌓았지만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보내버리는 강우를 마주하는 유진. 두 여성은 사랑의 단물이 빠지고 너덜너덜한 껌같이 남아버린 사랑의 존재를 확인하고 무너진다.
이 작품 속 모든 인물들은 몸으로 소리친다. "나를 사랑해 줘. 내가 너를 향해 내린 사랑의 정의를 확인해 줘"라고. 하지만 그 정의가 서로 다른, 정말로 애석한 경우를 마주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중 그 누구도 확신하면서 답할 수 없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유진은 그 사랑의 정의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어린 소녀로서 갇혀 있던 자신의 혼란 속에서도 사랑의 종착지를 찾으려 애써 노력해낸다. 사랑의 정의란 오직 한 가지만이 있지 않다는 것, 그 고정관념을 뚫어내고 세상을 만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어른이 된 우리에게까지 사랑의 관념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글은 PAX MAGAZINE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www.pax-magazine.com/post/movie-소녀-사랑의-정의를-헤쳐-나와-세상을-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