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삶의 굴레

영화 '우수' 리뷰

by 정지은 Jean


너 나 죽으면 올 거야 안 올 거야?
너 나 죽으면 울 거야 안 울 거야?

죽음의 당사자와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자의 입장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러기에 죽음을 마중하는 발걸음, 반대로 상실을 마주하는 발걸음을 담담히 전하는 이 영화는 매우 진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담고 있다.


영화 '우수'(감독 오세현)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후배의 부고 소식에 빈소에 가기로 마음먹은 사장(윤제문 분)과 또 다른 후배(김태훈 분)가 조문 길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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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의 죽음에도 심드렁한 다른 후배는 자신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며 같이 가자는 주인공의 물음에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반대로 주인공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후배의 죽음이 남 일 같지 않았던 주인공은 마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듯 전 약혼녀(김지성 분)를 찾아가기까지 이른다.


그렇게 소식을 듣고 철수의 장례식으로 향하던 세 사람은 어쩌다 보니 동행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같은 차에서 그들은 얼룩말 무늬가 그들의 생존에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얼룩말의 무늬가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과 반사하는 흰색의 온도 차이 때문에 그 대조 현상이 강렬한 더위를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첫 번째 가설,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다니고 시각적으로 혼란을 줘서 사냥을 방해한다는 가설, 그리고 아프리카 떼 파리에게 물리면 병이 걸려 죽는데 얼룩무늬가 있으면 떼파리가 덜 문다는 가설. 그러기에 보호색을 포기하고 얼룩무늬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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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얼룩말의 삶은 마치 인간의 삶처럼 느껴진다. 얼룩말이 죽음을 피하는 방법은 후배가 덧붙이는 말처럼 이것은 가설일 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방식에서 그들 또한 그 과정에서 무엇을 목표로 어떠한 지향점을 포기하느냐에 달려있을 뿐, 치열하게 목숨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는 점만은 같아 보인다.


이처럼 영화는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중간에 들렀던 장소에서 과거 결혼 선물로 받았던 시계를 잃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나게 되고 그 선물을 했던 당사자인 전 약혼녀는 그냥 가던 길을 가자고 하지만 주인공은 돌아가자며 화를 내기 시작한다. 이는 마치 잃어버린 시계, 시간을 되찾으려는 주인공의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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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장률 감독이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한 흔적들이 드러난다. 특히 전작 '후쿠오카'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윤제문 배우가 주연인 지점부터 장률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지역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인 감성들이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더불어 죽음, 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또한 우리 모두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만한 주제를 세 인물의 여정을 통해 담담히 보여준다. 호상이 아닌,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한 죽음. 그 죽음을 마주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가 죽음을 마주하며 느끼는 세심한 감정들을 면밀하게 살핀다.


*이 글은 PAX MAGAZINE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www.pax-magazine.com/post/죽음을-마중하고-배웅하는-삶의-굴레-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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